"남편 처용만 바라보는 가야…현실 연애에선 흔해"

"남편 처용만 바라보는 가야…현실 연애에선 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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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처용만 바라보는 가야…현실 연애에선 흔해"


국립국악원 무용극 '처용' 무용수 이하경·최나리

연합뉴스

무용극 '처용'에서 '가야' 역을 맡은 이하경
[국립국악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서울 밝은 달에/밤들이 노니다 들어와/자리를 보니/다리가 넷이도다/둘은 나의 것인데/둘은 누구의 것인고?/본래 나의 것이지만/빼앗긴 것을 어찌 하리요'.

신라 시대 인물 '처용'이 늦은 밤 안방 문을 열자 이부자리에 누운 아내 옆에 다른 남자가 있다. 그러나 처용은 노여워하지 않고 이미 아내를 빼앗긴 것을 어쩌겠느냐며 태연히 '처용가'를 부른다. 처용의 아내를 탐한 이는 '역신'(疫神·전염병을 퍼뜨리는 신)으로, 처용의 통 큰 노래에 감복해 다시는 부부 침실에 들어오지 않을 것을 맹세하고 물러난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처용설화가 무용극으로 재탄생한다. 설화에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인물인 처용의 아내 '가야'가 극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신들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을 두고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한 아내에게 화가 나서인지 처용은 훌쩍 바다로 떠나버린다. 그런 처용을, 가야는 눈보라를 헤치며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가야 역에 더블 캐스팅된 국립국악원 단원 이하경(32)과 최나리(31)를 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만났다.

이들이 본 가야는 어떤 캐릭터일까. 이하경은 "가야는 연약하고 가냘프며 지고지순한 여인"이라며 "억울하게 역신에게 속아 그와 잠자리를 하게 되고 처용을 다시 만나기 위해 절규하는 가야가 참 불쌍했다"고 말했다.

최나리 역시 "가야는 처용을 가슴 깊이 사랑하면서 헌신적으로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적 관점에서 가야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다.

최나리는 "요즘 사람들이 가야를 본다면 답답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연애할 때 진짜 좋아한다면 가야처럼 지고지순해지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내 성격이 가야와 비슷해 이하경으로부터 '이거 완전 너 같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완전한 가야가 되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알기는 어려운 30대 초반의 두 사람이 극한의 고통에 빠진 여인을 연기해야 했다.

이하경은 "연기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가야의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했다.

최나리는 "이하경이 연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가야에 감정을 이입하기 위해서 한 사람이 연습하면 다른 한 사람도 이를 같은 마음으로 지켜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무용극 '처용'에서 가야 역을 맡은 최나리
[국립국악원 제공]



대사 없이 춤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건 또 다른 시험이다. 무언으로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연기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이하경은 "가야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연습할 때 대사를 만들어 이를 말로 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고백했다. 최나리도 "스토리텔링을 말로 하면서 동시에 동작해야 그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고 맞장구쳤다.

두 사람은 '무용극'이라는 장르가 춤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하경은 "'드디어 무용으로 극을 할 수 있게 됐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의미 있는 도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이하경은 2013년 국립국악원에 입단해 '현의 노래', '꼭두'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중앙대학교 무용과 출신 최나리는 2012년 국립국악원 '온나라 궁중무용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16년 국립국악원 단원이 됐다.

무용극 '처용'은 오는 10일과 11일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첫날에는 이하경이, 둘째 날에는 최나리가 가야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처용 역은 김서량이 맡고 역신 역은 박상주가 연기한다.

rambo@yna.co.kr






출처 : http://news.zum.com/articles/55422129?c=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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