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111세 빨강머리 앤’에 꽂히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111세 빨강머리 앤’에 꽂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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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111세 빨강머리 앤’에 꽂히다



동아일보

‘내 이름은 빨강 머리 앤’ 전시회에서 일러스트 화가 마담롤리나가 선보인 빨강 머리 앤 이미지. 미디어앤아트 제공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 MMM은 현재 진행 중인 전시회 ‘내 이름은 빨강 머리 앤’의 종료 시점을 10월 말에서 내년 4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빨강 머리 앤’을 소재로 삼은 일러스트, 회화, 영상 등의 볼거리를 선보이는 전시에 대해 ‘옛 생각이 떠올라 뭉클했다’는 평부터 ‘요즘 힘들었는데 밝은 앤의 모습이 위로가 됐다’ 등의 감상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평일엔 하루 평균 1000명 정도 방문하고 주말이면 1500명이 넘는다”는 게 기획을 맡은 미디어앤아트 측 설명이다.

‘빨강 머리 앤’의 열풍이 뜨겁다. ‘빨강 머리 앤’은 캐나다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1874∼1942)가 1908년 출간한 소설로 고아 소녀가 농장을 운영하는 남매에게 실수로 입양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풍부한 상상력에 상대가 누구든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빨강 머리 소녀는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사랑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전시회만 큰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원작소설의 반응도 좋다. 출간된 지 111년을 넘었지만 ‘빨강 머리 앤’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1위(26일 기준)에 올라 있다. 더모던출판사에서 낸 이 책은 일본 애니메이션 원화도 함께 싣고 있다. 1980년대에 국내 TV에서도 방영됐던 그림들로, ‘추억을 소환했다’는 독자들의 호응이 크다. 장영재 더모던출판사 대표는 “책을 구매한 사람들 중에는 40대 여성이 다수”라면서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그림에 독자들이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4개월 새 10만 부가 판매됐고,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요청에 따라 이달 초 펴낸 영문판도 2주 만에 초판 3000부가 소진됐다.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드라마도 화제다. 넷플릭스에서는 드라마 ‘빨간 머리 앤’ 시즌1, 2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3를 제작해 올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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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빨간 머리 앤(Anne with an E)’. 솔직하고 상상력 풍부한 소녀 앤은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콘텐츠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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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백영옥 씨는 ‘빨강 머리 앤’의 이 같은 인기 요인에 대해 “불확실한 때를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3년 전 출간한 에세이 ‘빨강 머리 앤이 하는 말’은 지금까지 35만 부가 판매됐으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백 씨는 “우리가 처한 지금 이 시기는 누가 선인인지 악인인지 구별할 수 없고 ‘인과응보’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다. 모순된 개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회이기에, 소설에서라도 선한 사람은 행복해지고 결론이 안정되게 끝나는 고전에 끌리는 게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개성은 강하지만 마음이 선한 소녀가 자신을 돌봐주는 남매의 도움을 받으면서 꿈에 다가선다는 내용은 전형적인 구조이긴 하지만,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피로함을 느끼는 21세기 독자들에게는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여성 서사’가 주목받으면서 앤의 매력이 재조명됐다는 분석도 있다. ‘빨강 머리 앤’을 번역한 박혜원 씨는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여성이 정숙하고 순종적이기를 기대하던 때였으며, 이때의 소설은 여성이 사회적으로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돌파구였다”고 밝혔다. 당시의 억압된 여성상을 해방시킨 진취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그린 소설 ‘빨강 머리 앤’은 여성 주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최근 수년간의 사회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출처 : http://news.zum.com/articles/55271785?c=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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