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대신 억울하게 20년간 감옥살이 가능성’ 남성의 놀라운 정체
- • 22세 때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씨
- • 20년 징역… 담당 교도관 “난 물론 재소자들도 무죄 확신”
- • “고아에 초등학교도 안 나와 돈 없고 빽 없으니 유죄 됐다”
- • 교도관 “애가 순진하고 어벙벙하니까 이용당한 거라 생각”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 관련 질의를 받고 있다. / 뉴스1
중앙일보는 8일 교도관 A씨의 인터뷰를 내보내 윤씨의 근황을 전했다. A씨는 윤씨가 수감됐던 청주교도소에서 그를 담당했던 교도관으로 윤씨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는 인물이다.
A씨는 “그 애가 2009년 가석방으로 출소할 당시 나에게 ‘저는 갈 곳이 없다. 취업만 시켜주신다면 제가 절대로 이곳 교도소에 다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거다’고 부탁했다. 그래서 내가 숙소와 일할 곳을 알선해줬고 그 인연으로 현재까지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재심 준비도 법적인 문제는 내가 맡아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윤씨의 무죄를 확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 애는 교도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왔다. 청주교도소에서 윤씨를 아는 수형자와 직원들 사이에서는 ‘무죄인데 억울하게 들어온 애’로 통한다”라고 답했다.
A씨는 윤씨가 고문을 당해서 자신이 죽였다고 경찰에서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잠을 재우지 않고 엄청나게 많이 맞았다는 식으로 윤씨가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백을 안 하면 죽을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그 당시 화성 사건 수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가혹 수사로 죽거나 자살한 사람도 있다. 지금도 그 애는 자신을 고문한 형사와 기소한 검사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한다. 항소심에서 고문 사실을 알렸지만 증거가 없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애가 순진하고 어벙벙하니까 이용당한 거라 생각한다. 윤씨는 고아에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다. 돈 없고 빽 없으니 변호인도 제대로 쓸 수 없었고 어떻게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지 몰랐다. 가혹 행위를 당해도 경찰에 달려가 ‘왜 우리 애 고문시키냐’며 난리쳐줄 부모가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
A씨는 교도소에서 윤씨가 매우 성실한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술과 담배를 일절 안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도 악착같이 벌어서 모조리 저금했다는 것. 그는 “(윤씨가) 아는 게 없으니까 봉제 기술을 배웠는데 12시간씩 교대 근무하고도 불만 한 마디 없었다. 오히려 잔업 없어서 돈 덜 버는 걸 걱정했다”라면서 “얘가 누나들 수술비랑 조카들 학자금도 대줬다. 애가 성실하고 착하니까 교도소 내의 다른 재소자들도 윤씨에게 먹을 거 사주고 많이 도와줬다. 그러니까 모범수로 분류돼서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될 수 있었던 거다”라고 했다.
A씨는 윤씨가 현재 지방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번 사건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많이 왔는데 아직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한다. 신상이 이미 많이 퍼졌기 때문이다. 내가 최근에 ‘야 너 19년 6개월 동안 수감됐었으니까 무죄 인정받으면 형사보상금 두둑히 받을 거야’ 위로했더니 윤씨가 ‘형님, 저는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거지 돈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 조용히 변호사를 구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