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지만 고마운 마음
작년 여름에 뒤통수 세게 맞고 인생 나락 간 사람이에요. 근데 열받는건 이미 내 인생이 그전부터 개 같이 꼬여있었더라구요. 작년 그 사건은 그로 인한 결과물이고. 나만 몰랐을 뿐 나는 루저에 재수 옴 붙은 인간이었던 거죠.
사람이 싫고 내가 싫어서 작년 여름부터 꼬박 하루도 안 빼놓고 죽고싶었어요. 아침에 눈 뜨면 허무가 밀려오고 그대로 종일 누구도 안 만나다 밤 되면 또 내가 한심해서 뛰어내리고 싶고.
근데 우연히 여기 알게 됐는데 재밌더라구요. 누군가 보잘 것 없는 내 넋두리에 응답해주면 그게 너무 귀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매일 한 순간씩 버티다보니 안 죽고 1년이 됐네요. 신기한 게 여기 접속하면 저도 모르게 웃게 되요. 때론 사람답게 화도 내고.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같이 웃고 같이 욕하고 가끔 대댓글 보면 힘도 나고 그럽니다. 사람 하나 살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