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더 글로리에 주여정이 필요한 진짜 이유 +a
안녕 나는 평범한 야붕이
이번에 더 글로리를 재밌게 봤다 이것저것 분석하는 걸 좋아해서 더 글로리에서 궁금증을 남긴 부분들을 짚어볼까해
참고로 유튜브 해석이나 이런 건 아직 안봐서 더 나은 해석이 있다고도 생각하니까 그냥 재미삼아봐주면 좋겠어
바로 시작할게
1) 주여정이 필요한 진짜 이유
사실 더 글로리에서 제일 호불호 갈리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주여정 파트일 거야.
아니 이 학폭이랑 저 살인마랑 대체 뭔 상관이 있길래 자꾸 엮는지, 그리고 문동은과 주여정 사이에 로맨스가 꼭 필요한 건지 짜증을 느끼는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더라고
그래서 구글에 대충 쳐보니까 이런 해석이 다수인 것 같더라 나도 동의해
난 독자주의를 따르는 사람이라서 해석은 오로지 독자 개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
뭐 어려운 얘기는 됐고 저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좀 더 생각해보자면
어떤 작품의 서사적 완결성이나 심미도를 올리는 데에는 많은 방법이 있어
그중에서도 가장 멋있는 건 일종의 대비 관계를 보여주는 거지
이를테면 젤다나 다크젤다 같이 흑화한 주인공 분신과의 싸움이라던가
부자였던 누군가가 악행을 저지르고 거지꼴 나는 결말 같은 것도 비슷한 전개라고 볼 수 있어
여기서 문동은과 주여정이 바로 이 대비 관계를 이뤄
어떻게 이루냐고 ?
아무것도없는 문동은은 모든 걸 가진 박연진에게 학창 시절을 잃었고
모든 걸 가진 주여정은 아무것도없는 강영천에게 아버지를 잃었지
더 글로리의 주제는 뭘까? 복수.
그러나 복수를 하기 전에는 억울함이 있어야겠지
하지만 억울함은 사회의 어느 한 쪽만 당하는 것이 아니야
부자가 빈자에게, 그리고 빈자도 부자에게 억울함을 불러 일으킬 수 있어
그리고 그 억울함의 전제는 개인적으로 불가해에 있다고 봐
문동은이 괴롭힘 당한 이유? 알 수 없어
강영천이 주여정 아빠를 죽인 이유? 이해할 수 없어
이 관계는 결국 마지막까지 호기롭게 이어져
그리고 억울함의 주종관계는 다시 역전되는 것처럼 보여
관계는 역전되어
부자인 연진이는 빈자인 문동은에게 복수를 당하고, 자기의 억울함이 무엇인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겠지
그리고 빈자인 강영천도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부자인 주여정 손에 죽겠지 .. 시즌3가 나온다면 말이야?
나는 이런 식으로 복수라는 것, 그리고 억울함이라는 것의 상관관계는 어떤 기준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가 주여정의 캐릭터와 그지 살인마 강영천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뭐 .. 그거와 별개로 로맨스 씬이 재미없는 건 작가 특유의 센스 때문이겠지
2) 에덴빌라 할머니
사실 이건 사족에 가까운데 아마 너무 뻔해서 많은 해석 글들이 이미 올라왔을 것 같아
그래도 혹시나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야붕이들이 있을까봐 말해보고자 해
우선 에덴빌라 주인 할머니는 신의 상징이라고 생각해.
왜냐? 이 할머니 나올 때마다 꽃에 물을 주더라고. 그 말은 이 할머니가 만물의 생육자임을 뜻한다고 봐.
너무 간 거 아니냐고? 글쎄. 저작권 땜에 캡쳐를 못해서 아쉬운데 13화에서 동은이와 할머니가 이런 얘기를 나눠.
동은 : "전에요, 저희 엄마가 찾아왔었을 때, 왜 저 안산다고 하셨어요?"
할머니 : "당신 편 들어주는 사람도 있어야지. (중략) 그렇다고, 혼자 다 짊어지진 말아요. 하늘도 가끔 실수를 하실 테니까."
난 여기서 할머니가 신의 상징임을 느꼈어. 신은 공평한 존재야. 누구에게도 불행만을 내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행운만을 내리지는 않아.
그러나 동은이에겐 너무 많은 불행이 내려졌었지. 그래서 신은 이번에 동은이의 편을 들어줘. 에덴빌라를 헐값이 내준 것도 그 중 하나겠지.
물론 할머니가 동은이에게 도움받은 과거가 있는 건 사실이야. 그래서 동은이의 선행을 그대로 되돌려줬을 뿐인 거라고 해석해도 무방해.
그러나 나는 마지막에 할머니가 자살하기 위해 물가를 가로 지르는 장면도 사실 동은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해.
할머니는 자신을 구해준 동은에게 "왜 하필 니트를 입었어, 젖으면 더 무거운데" 라고 말해. 동은이는 어이가 없단 듯 할머니 때문 아니냐고 하지만
할머니는 되려 "어머머 왜 나만 잡아. 너도 신발 벗고 들어가던데." 라고 반문하지. 그리고 지체없이 봄에 죽자고 말해.
사실 아들이 교통사고 나서 정신 이상해지고 이런 걸로 들어가면 그냥 보통 할머니도 맞겠지만
난 이런 의미에서 '신 그 자체'가 아니라 신을 '상징'하는 그냥 할머니, 일종의 멀티 배역이라고 느껴.
3) 결론
아무튼 뭐 .. 작가가 작품성을 위해 이것저것 장치는 더 많이 해둔 것 같지만
사실 2부에서 제대로 드러난 것 같지가 않아 보는 맛은 훌륭했음에도 전체적으로 아쉬운 작품이었어
가령 하도영은 너무 급하게 마무리 된 것 같고
예솔이도 마찬가지, 관련없는 가해자의 딸도 복수의 영향을 받는다면? 같은 복수의 연쇄 같은문의도충분히 재밌는데 그냥 영국 가는 걸로 끝 ..
동은이를 어떻게 괴롭히고 어떻게 퇴장할까 궁금했던 단발쌤도 페도필리아라는 뜬금 설정으로 퇴출
주여정과 동은이의 막판 급발진 소드마스터 야마토식 엔딩까지 ..
동은이의 복수는 축하하지만 작위적이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을 것 같아
워낙 재밌게 봤기 때문에 시즌 3가 나와 어떻게든 스토리를 이어가길 바라지만
재미와 평론은 또 별개니까 어쩔 수 없겠지
그게 아니라면 왜 100점 만점 독립영화들이 돈을 못벌겠어 ㅋㅋ
아무튼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