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궐련담배 흡연자들이 더 자주, 더 많이 담배연기를 흡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담배 유해물질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의미다. 

8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0년 한국인 궐련 담배 흡연 습성 및 행태’에 따르면 한국 궐련 흡연자의 담배 한개비 당 총 담배 연기흡입량은 1441㎖로, 국제표준인 455㎖보다 3배 많았다. 이는 2020년 2~8월 만 20세 이상 궐련담배 흡연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다. 

흡입량이 많은 것은 흡입 횟수, 흡입량, 흡입속도가 빠르기 때문이었다. 한국 흡연자의 한 개비당 흡입 횟수는 20.4회로, 국제표준 13회보다 1.6배 많았다.

1회 흡입량은 73㎖, 흡입속도는 48.2㎖/초였다. 국제표준은 각각 35㎖와 17.5㎖/초였다.

60~69세 흡연자가 20~39세 흡연자에 비해 한 개비 당 흡연 시간이 평균 46초 길었고, 일일 총 흡입 횟수도 56회 더 많았다.

흡연자들이 스스로 느끼는 흡입 횟수와 흡연 시간은 실제 측정치보다 짧았다. 설문결과 흡연자들은 1개비당 평균 1분33초간 피우고, 15.6회 흡입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 측정 결과 흡연시간은 3분7초, 흡입횟수는 20.4회였다.

질병청은 개비당 담배연기 흡입량이 많으면 흡연자의 폐에 들어가는 담배연기의 양이 많아져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담배 연기에는 타르, 니코틴 외에도 여러 종류의 발암물질과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담배연기를 많이 흡입하는 만큼 흡입한 연기가 외부로 재배출되는 양도 많아져 간접흡연 피해 또한 늘어날 수 있다.

보건 당국의 우려에도 흡연자들은 ‘흡연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흡연부스와 흡연구역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경우 흡연구연은 6200여개소로, 금연구역 28만2600개소의 40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이날 자료를 내고 “흡연으로 인한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은 흡연구역 확충”이라며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로 흡연자는 범법자로 내몰리고, 비흡연자는 간접흡연 피해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흡연부스와 흡연구역 확충 설치는 흡연을 장려하는 정책이 아니라 비흡연자의 건강권과 흡연자의 최소한의 흡연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풀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담뱃세 재원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지출 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4500원짜리 담배 한갑(20개비)당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841원이 부과되고 있다. 아이러브스모킹은 이 기금이 흡연자들에 쓰이지 않고, 혈액안전관리, 감염병위기 대응기술개발, 음주 폐해 예방관리, 미세먼지 기인 질병대응연구 등 흡연과 거의 무관한 상당수 기금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운영자는 “정부는 담뱃세를 인상하며 그 혜택이 흡연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며 “흡연권을 인정하고 그 목적사업에 맞는 사업예산을 명확히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