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여자와 남자에 대한 일침
나도 못생겼지만
마광수 (1951~2017)
못생긴 여자가 여권운동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여자가 남자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남자가 윤리 도덕 부르짖으며 퇴폐문화 척결운동 하는 것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그 남자가 성자체에 대해 적개심을 표시할 땐
더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못생긴 여자들과 못생긴 남자들을 한데 모아
자기네들끼리 남녀평등하고 도덕 재무장하고
고상한 정신적 사랑만 하고 퇴폐문화 없애고
야한 여자 야한 남자에 대해 실컷 성토하게 하면
그것 참 가관일 거야
그것 참 재밌을 거야
그것 참 슬픈 풍경일 거야
시집 『일평생 연애주의』 (문학세계사, 2010)
- 마광수
시대를 앞서간 광수옹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