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자리 없애고 가격은 올려… 양극화 부추기는 뮤지컬
국내 뮤지컬 제작사의 티켓 가격 인상으로 공연 애호가들의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올해 1분기에 판매된 뮤지컬 티켓 중 10만 원이 넘는 고가 티켓의 판매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티켓값 인상 뿐 아니라 전체 좌석 중 가장 가격이 비싼 VIP석 좌석 비중 확대가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데이터의 지난 22일 기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2023년 1월 1일~3월 23일) 뮤지컬 티켓 중 10만 원 이상의 최고가 티켓 판매액은 653억4818만 원으로 전년 동기(2022년 1월 1일~3월 31일) 519억4187만 원보다 25.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5~10만 원대의 중저가 티켓은 판매액이 156억5588만 원으로 전년동기 166억5278만 원보다 줄었다. 판매건수도 유사한 흐름이다. 10만 원 이상 최고가 티켓의 판매 건수는 같은 기간 38만1995건에서 45만9877건으로 20% 가량 늘어난 중저가 티켓의 판매 건수는 21만5863건으로 전년동기 23만1748건에 비해 감소했다.
이처럼 저렴한 티켓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대형 뮤지컬 공연 제작사가 티켓의 가격을 올리고, 비싼 티켓의 좌석 점유율을 높인 탓이다. 실제로 아이돌 출신 A급 배우를 주연으로 하는 한 뮤지컬은 16만 원 안팎의 VIP석이 1층 뒷좌석 뿐 아니라 2층 앞부분까지 이어진다. 인터파크를 통해 확인한 결과 뮤지컬 ‘데스노트’, ‘베토벤’, ‘영웅’, ‘오페라의 유령’ 등 1분기 중 공연을 진행했거나 개막을 앞두고 있는 상당수 대형공연이 이처럼 VIP석을 2층 앞좌석까지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제작사들이 고가 티켓 판매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데도 사정은 있다. 뮤지컬은 대중 공연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티켓 가격을 한 번에 크게 올릴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공연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재비, 인건비 등 제작비 규모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면서 티켓 가격을 소폭 인상 했지만 아이돌 출신 등 스타 배우에 지급하는 개런티 등 제작비 부담이 커지면서 손익을 맞추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결국 업계는 가격은 소폭 인상하고 VIP 좌석 판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회피하고 있다. 일부 극장에서는 1층의 같은 열(같은 높이의 좌석)의 바로 옆 자리인데도 티켓 가격이 서로 다른 기현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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