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도시철도는 왜 지옥철이 되었는가?
주기적으로 사람들이 호흡곤란으로 쓰러진다는 지옥철계의 신흥강자 김포골드라인, 과연 김포골드라인은 왜 이렇게 됐을까?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보자.
(대충 이병헌 렛츠고 짤)
김포시는 90년대 중반부터 사우지구와 풍무지구 등의 중소규모 택지지구가 몇 곳 들어서며 평범한 시골마을(아닌게 아니라 김포는 90년대 당시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촬영지이기도 했었음.)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뚫기에는 수요가 다소 부족할 것으로 보여 김포대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지하철 건설은 장기계획으로 남겨두는데 만족해야 했었다.
하지만 2003년, 2기 신도시의 일환으로 김포한강신도시 건설이 확정되며 상황은 반전되게 됨. 한강신도시의 대중교통 대책으로 김포에 지하철을 깔기로 했기 때문임.
초창기 김포한강신도시는 약 500만평이라는, 일산신도시와 비슷한 규모의 대규모 신도시로 지어질 예정이었음.
하지만 문제가 생겼음.
현재의 김포한강신도시. 중간에 푹 파먹은 부분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저 중간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음. 김포한강신도시는 저 군부대를 치우고 개발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음.
하지만...
김포시 : 국방부님, 저희 여기 신도시 지어야 하는데, 자리 좀 비켜주실 수 있나요?
국방부 : 안 돼, 안 비켜줘. 비켜줄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국방부는 절대 비켜줄수 없다며 끝까지 뻗댔고, 결국...
김포한강신도시 계획은 1/3(약 150만평)로 짤려 저 부분만 진행되는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되었음. 그리고 신도시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지하철 역시 경전철로 계획이 바뀌었음.
김동식 당시 김포시장 :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빨리 500만평 신도시 만들어주세요!
당시 김포시는 이런 정부와 국방부의 처사에 대해 크게 반발하여 국방부 앞에서 1인시위까지 했었고, 그 결과 김포한강신도시는 현재 규모(약 350만평)로 재지정될 수 있었음.
여담으로 국방부는 뒤늦게 저 군부대의 이전을 완료했고, 저 파먹힌 부분은 몇년 전 군사보호구역에서 풀리면서 별도의 택지지구로 지정되어 현재 개발 준비중에 있음.
어쨌든 정부는 정부 재원을 투입해 신도시 완공 전에 경전철을 완공해줄 것으로 약속하고 신도시 공사에 들어가기로 했음.
강경구 당시 시장 : 350만평 신도시에 경전철이 말이 됩니까? 일반 지하철로 짓겠습니다!!!
그러나 김동식 시장은 2006년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 중전철(=일반적인 지하철)로의 사업 전환을 공약으로 내건 강경구 시장이 새로 취임하게 됨.
하지만...
경기도 : 뭐어? 지하철? 지이이하아아처어어얼?
그러나 당시 김포시의 인구는 약 20만명에 불과해서 일반 지하철을 짓기에는 부족했었음.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 강경구 시장은 다시 경전철로 계획을 선회하게 됨.
(사진은 용인경전철로, 김포시와는 관련 X)
한가지 알아둘 것은 저 당시에만 해도 경전철의 이미지가 매우 좋았다는 것임. 당시에만 해도 의정부 경전철이나 용인 경전철 등지에서 일어났던 뻘짓들이 까발려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경전철이 저렴한 값에 지을 수 있는 친환경 신교통수단으로 받아들여졌었던 것임.
그렇게 다시 김포 경전철은 추진되기 시작했나 싶었지만...
유영록 당시 시장후보 : 오락가락 경전철 믿으실 수 있겠습니까? 말바꾸기 시장, 투표로 심판해야 합니다!(시장 선거 당시 실제로 했던 말)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강신도시로 이제 곧 인구가 떡상할텐데 경기도한테 찍소리도 못했다며 책임론을 주장한 결과 유영록 후보가 강경구 시장을 꺾고 김포시장이 되는데 성공했음.
유영록 시장은 다시 경전철 계획을 엎고(...) 중전철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함.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 : 고만해! 미친놈들아!
한국개발연구원은 김포시의 지하철 계획이 타당성이 없다며 김포시의 사업 추진을 거절했음. KDI가 진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통과해야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건설비 분담으로 대규모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물을 먹은 것임.
이런 경우에는 보통 각종 원가절감을 통해 건설비를 재계산해서 KDI에게 다시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뢰하게 되는데(실제로 4번이나 물먹고 5번째만에 통과한 사업도 존재할 정도임)
하지만 유영록 시장은 강경구 전 시장처럼 물러서지 않고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음.
유영록 시장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우리 돈과 신도시 교통분담금으로 지하철 짓고 만다!
유영록 시장은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재정지원 없이 김포시 돈에 교통분담금을 합쳐 지하철을 짓겠다는 폭탄선언을 하고야 맘. 아니 폭탄선언 정도가 아니라 중앙정부와 경기도에 너네 돈 안받겠다라며 각서까지 썼음.
유영록 시장이 이렇게 근거없는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바로 신도시에 부과되는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
2기 신도시 이후부터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신도시 아파트 분양비에 일정한 금액을 추가로 끼워넣는 방식으로 신도시에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정책이 시행되었음. 이것이 바로 광역교통개선대책 분담금임. 김포한강신도시는 1가구당 1200만원을 부담했음.
이렇게 김포한강신도시의 교통망 구축용 자금으로 약 2조원 가까운 돈이 마련되었는데 이 돈에 김포시 자체 예산을 보태서 9호선 지하철을 김포로 연장하겠다는 계산이었음. 그렇게 하면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공사비 분담을 받기 위해 한국개발연구원으로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임.
하지만 이 계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음.
서울시 : 님, 9호선 연장하려면 8량 승강장 갖고 오세요 ^^
김포시 : ??? 아 ㅅㅂ 우리 돈 없다고;;
서울시 : 어쩔건데? 너가 뭘 할수 있는데 이 좆밥새끼야 ㅋㅋㅋㅋ 존나 화내거나 우리한테 욕이나 하는거 말고 뭘 할수 있냐고 이 씨발좆밥같은 것들아 ㅋㅋㅋㅋ
당시 서울 지하철 9호선은 4량짜리 열차로 운행하고 있었음. 하지만 차후 수요 증가를 고려해 승강장은 8량 기준으로 만들어놨는데(그 덕분에 현재 9호선은 별도의 공사 없이 열차만 추가구매하여 6량으로 운행중임), 김포시는 공사비 계산을 하면서 승강장을 4량 기준으로 만드는 것을 전제로 공사비를 계산했던 것이었음.
서울시는 8량 기준으로 승강장 안 만들면 9호선과 연결 안시켜주겠다며 강경하게 나섰고, 8량 승강장을 만들 돈이 없었던 김포시는 결국 마음을 꺾을수밖에 없었음.
결국 2번이나 돌고돌아 다시 경전철로 돌아온 김포시. 그러나 유영록 시장은 자신의 말에 발목이 잡히고 맘.
정부, 경기도 : 우리 돈 안받겠다매?
아까도 말했듯이 김포시는 정부와 경기도 돈 없이 지하철을 짓겠다고 각서까지 썼기 때문에 김포시는 정부와 경기도 돈 없이 혼자서 경전철을 뚫어야 했음.
하지만 계산기를 다시 두들겨보니 그동안 공사비용이 너무 많이 올라 경전철을 짓는데도 최대한 돈을 아껴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맘.
그래서...
유영록 당시 시장 : 어...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우리 민자사업 하게 해주세요!
한국개발연구원 : 고만해! 이 미친놈들아!(2)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타당성이 낮아 민자건설이 어렵다는 결론을 냈음. 민자사업을 하려면 아까 말한 예비타당성조사와 비슷하게 KDI에서 민자적격성조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것마저도 통과를 하지 못한 것임.
결국 김포시는 공사비 절약을 위해 기존의 3량 승강장 계획을 2량으로 변경하게 됨. 당시 김포 경전철은 열차는 3량, 승강장은 4량으로 지으려고 했는데 한푼이라도 공사비를 아껴야 했던 김포시가 열차도 2량, 승강장도 2량으로 짓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던 것임.
김포시의회 : 아니 이러다 큰일나는거 아님?
유영록 당시 시장 : 사업이 너무 많이 지연됐으니까 양해 좀 ㅇㅇ
2014년 시점에서는 이미 김포한강신도시의 첫 입주가 코앞에 다가왔었던지라 더 이상은 늦출 수 없다는 유영록 시장의 말이 받아들여졌고, 결국 그렇게 김포도시철도는 확장도 불가능한 2량 경전철로 공사에 들어가게 되었음.
그렇게 수많은 갈아엎기에 시장의 똥고집으로 인한 뻘짓까지 얻어맞은 김포도시철도는 결국 지옥철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