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족 8년 견딘 학폭 소송, 권경애 변호사 불출석에 ‘허망한 종결’
서울고등법원 민사8-2부(재판장 김봉원)는 고 박주원(사망 당시 16살)양 어머니 이기철(56)씨가 학교법인과 가해자 등 20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지난해 11월24일 원고패소 결정했다. 패소 사유는 소송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모두 변론기일에 3번 출석하지 않은 ‘3회 쌍방불출석(쌍불)’이었다. 민사소송법은 변론기일에 양쪽 당사자가 3번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고 박주원양은 중·고등학교 시절 에스엔에스(SNS)에서 모욕을 당하는 등 가해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박양은 따돌림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기도 했지만 고등학교에서도 괴롭힘은 계속됐고,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어머니 이씨는 2016년 8월 서울시교욱청과 학교법인, 가해자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가해학생 1명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씨는 곧장 항소했다. 하지만 이씨의 변호인인 권경애 변호사는 지난해 9월22일, 10월13일, 11월10일 등 세 차례 변론기일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그 결과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선 항소취하로 간주돼 원고 패소했다.
권 변호사는 자신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가 취하됐다는 사실도 이씨에게 5개월간 숨겼다. 지난주에야 재판 결과를 확인한 이씨는 “답답한 마음에 재판 상황을 줄곧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다가 최근에 패소했다고 이야기했다”며 “직원이 그만둬서 챙기지 못했다고 하더라. 청소 노동자로 살면서 어렵게 소송을 8년간 해왔는데 너무 원통하다”고 말했다. 세 차례에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권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불찰이다. 변명할 부분이 없고 잘못에 대한 소명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변론기일 내내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정치 비평 글을 올렸던 권 변호사는, 현재 페이스북 계정을 닫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남석 변호사는 “개인 사정이 있다면 다른 변호사에게 법률 대리를 맡겨도 되는데, 소송을 제기한 쪽의 변호인이 수차례 출석하지 않은 황당한 일은 처음 본다”라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위임 대리를 받고 변호사가 아무런 사유 없이 변론을 참석하지 않았다면 징계대상이 될 수 있다”며 “해당 변호사에게 따로 경제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