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첫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세계 관광객들이 벼르고 벼르던 유럽 여행에 나서면서 주요 관광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국가인 이탈리아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데모스코피카'에 따르면 올해 올해 6∼9월 이 나라를 방문하는 여행객은 2019년 동기 대비 3.7% 많다. 또 10년 전과 비교하면 30% 늘어난 수준일 것으로 데모스코피카는 내다봤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도 더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는 것이다.
세계 관광객이 코로나19로 여행이 불가능했던 2020∼2022년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고자 보복관광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특히 중국은 '보복 관광 수요'가 유독 폭발적인 국가다. 올해 1월에야 자국민의 해외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한 만큼, 이번 여름과 가을에만 중국인 관광객 수백만 명이 유럽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몇 년 만에 몰려든 관광객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관광지 주민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 원주민이 살던 곳에서 밀려나기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북서부 항구도시 포르토피노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면서 통행에 문제가 생겨 현지인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포르토피노 당국은 교통에 방해를 줄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강경책까지 도입했으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업체가 늘어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현지인이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는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실제 올해 5월 아테네 내 단기 임대 숙소 수는 2018년 동월 대비 25% 늘어난 1만여 개로 집계됐다고 숙박 분석업체 '에어디앤에이'는 밝혔다. 단기 임대 숙소에 대한 수요도 작년 5월보다 62% 증가한 수준이라고 에어디앤에이는 분석했다.
이런 문제들이 잇따르자 프랑스 정부는 루브르 박물관의 일일 방문객 수에 제한을 두고, 관광객이 성수기를 피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여행지를 방문하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을 기획 중이라고 WSJ은 전했다.
한편 정반대의 전망도 존재한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올해 전 세계를 덮친 폭염으로 유럽에 대한 관광 수요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등 국가에는 7월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지만 현재 이들 국가 기온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다 산불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여행을 취소하는 관광객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그 대신 관광객들은 올여름 더위를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덴마크 코펜하겐 등 상대적으로 시원한 국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http://n.news.naver.com/article/215/000111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