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 하나 없는 물복숭아 됐죠" 긴 장마에 농가 시름
(화순=뉴스1) 박영래 기자 = "꿀복숭아가 아니라 긴 장맛비에 완전히 물복숭아가 되어버렸죠. 단맛이 없어 손님들한테 사가라고 권하기도 민망해요."
25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도웅리 국지도55호선 도로변에 자리잡은 복숭아 직거래 판매장. 농민들이 직접 수확한 복숭아를 판매하는 가판이 20여곳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를 향해 경쟁적으로 판매에 나섰지만 올해는 그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스스로 판매장을 찾아간 손님들을 향해서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복숭아를 팔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맛이 있어야 손님들한테 사가라도 말도 하겠지만 올해 수확한 복숭아는 당도가 너무 떨어져 사가라는 말도 못하겠다."
복숭아 직판에 나선 도웅리 부녀회장 전진숙씨(76)의 하소연이다.
전씨는 가장 맛좋은 복숭아를 골라 운전자들에게 시식을 권해보지만 복숭아를 맛본 손님들의 표정은 마뜩잖다는 모습이다.
화순에서 이맘때쯤 생산한 복숭아의 당도는 평균적으로 14∼15브릭스 정도로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올해는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최고 당도가 10브릭스에 불과한 실정이다.
38개 농가가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도웅리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복숭아농장 바닥에는 떨어진 낙과가 수북하다.
바닥에 떨어져 썩어가는 복숭아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나무에 매달린 열매 역시 성한 것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1000평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도웅리 마을이장 김송배씨(77)는 "장마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탄저병, 썩음병, 낙엽병 등 5가지 병이 한꺼번에 휩쓸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올해 수확량은 평년의 20%에 불과하다는 게 김 이장의 설명이다.
그는 "아까워서 자식들한테 하나 먹여보지 못하면서 키웠는데 한 해 농사가 헛수고가 됐다"고 한숨지었다.
화순군의 복숭아 재배규모는 352농가, 174㏊. 4월 저온피해에 이어 6∼7월 집중호우로 연이은 재해를 입으면서 농협에 공급되는 물량도 예년과 비교해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윤일영 화순농협 상임이사는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상품성이 받쳐주지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v.daum.net/v/20230725112247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