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활의 민족인 이유.jpg
일본에는 검이 있고
중국에는 창이 있다면
한국에는 활이 있다
다른나라는 아예 없다는게 아니라
주특기가 다르다는거다
그럼 우리는 왜 활의 민족인가?
왜 원딜에 미쳐있는가?
공자가 활쏘기를 즐겼다니까?
그건 틀린 질문이다
왜 하필 활이어야 했는가?
이게 진짜 질문이다
먼저 선비중의 십선비 일과표를 한번 보자
밥먹고 글만 쳐읽고 똥글이라도 써야한다
저때도 지금처럼 집 밖으로 안나올수록 고렙취급 해줬다
근데 시디즈, 허먼밀러, 책받침, 독서LED 아무것도 없다
책은 반드시 거북목이랑 디스크가 터질 수 밖에 없다
이때 척추와 거북목에 개쩌는 피트니스를 찾았는데
바로 활쏘기다
당겨본 놈들은 알겠지만,
3대 500 치는 근돼라도
50파운드(22kg) 활 만작해서 몇 초 못버틴다
사용하는 근육이 오지게 많기 때문이다
사실상 척추 전용 복합 운동에 가깝다
이걸로 못해도 25kg,
좀 치면 50kg 10rm 5세트 쏜다
렛풀다운,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이딴거 필요없다
오래 앉아있거나, 농사짓느라 휘어진 척추가 발딱 선다
그림과 비교하면 쭈그릴 때와 정확히 반대로 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활터에는 꼬부랑 할배할매가 없다
100세, 80세 노인들도 다 허리가 곧다
선비의 활은 표적을 맞추는 목적이 아니라
본인의 틀어진 자세를 맞추는 목적으로 권장된거다
선비 뿐만 아니라, 아낙네들이나 농사꾼들도
쭈그리고 일한 뒤 코어개선에 좋았다
활쏘기에는 남녀가 없다
코어가 좋고, 당기는 힘이 좋으면 밭도 잘 갈고
활이 없으면 돌이라도 잘 던질수 있게 된다
유사시에는 동래성 전투 같이
기왓장이라도 던지면서 최후의 1인까지 전투를 이어나갔고
전쟁이 없을 때는
석전이라는 대규모 PVP전이 유행하게 된거다
미개한게 아니라 국민 체육활동이었다
그리고 활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한번 계산해보자
옛날에는 철을 얻기가 너무 어려웠다
일본? 화산, 온천을 따라서 사철이 강가에 뿌려져 있다
품질은 조악하지만 두 세 사람이 모래 걸러서
검 한자루는 뽑을 정도로 재료가 굴러다닌다
중국? 널린게 광맥이고 인구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황하강 쌀먹은 끝도 없다
뭘 해도 쌀 쳐먹이면서 인구빨로 굴릴 수 있다
그래서 날붙이도 넙데데하고
무식하게 찍어누르는 흉기들이 많이 나왔다
근데 우리는 널린 자원도 없고, 인구도 딸리고, 산 밖에 없는데
농사하는 흙도 바위랑 자갈 투성이다
하청 수백명이 동굴가서 곡갱이질 하고 광석 몇가마 옮겨오면
하청의 하청으로 밤낮으로 비싼 숯덩이 태워 풀무질해가면서
순철 손바닥만큼 나오면 잘 뽑은 수준이다
그걸 무기로 가공하려면 망치질을 하루종일 해야했다
이렇게 만든 철제 무기나 농기구를
소도 못 가는 산비탈을 산적, 호랑이 피해 넘는다
저렴할 리가 없다
서민들은 있는 농기구도 녹여서 무쇠솥단지 코인타고 그랬다
쓸지도 모르는 전투무기를
모든 사람이 철제로 가질 여유조차 없는거다
남은게 있다면 고급인력, 기술, 잔대가리, 시간 뿐
그래서 활이 선택된다
활은 철이 없어도 된다
지천에 널려있는 대나무, 부레, 실
질겨서 못먹는 동물 힘줄 정도 있으면 업글도 가능하다
손이 많이 가긴 해도 한 사람이 대량생산하기 좋다
공급도 일정하고 급조하기 편해서 가격변동도 적다
굳이 프리미엄 붙인다면 철제 화살촉이나
동남아 물소뿔로 만든 각궁이다
철궁은 데미지가 세서 전쟁무기로 종종 쓰였다지만
실물 짤은 한 장도 찾기 어렵다
병사들은 익숙한 죽궁, 이것저것 섞은 합성궁을 썼다
그래서 전쟁 났다고 해보자
인구도 부족하고, 자원도 딸리고, 식량 생산도 넉넉하지 않고, 기후도 개같은
천연요새 한반도에서 할수있는게 뭐냐?
꼬맹이들, 여자들, 노인들, 장애인들, 전부 예비군으로 만드는거다
침략에 시달리며 입구막기만 하던 민족이고
피만 봐도 호들갑은 다 떨지만
한반도에서는 원딜에 버프가 생긴다
지천에 널려있는 고지대에서 활을 겨누면
힘겹게 올라오는 놈들은 쉽고 빠르게 처리 가능하다
잡초, 소나무, 덩쿨로 길도 없는 산비탈에서
갑옷무사들 느려터져서 걸려 넘어질 때
가볍게 활들고 게릴라 뛰면 이길 확률이 올라간다
총이랑 다르게 소리도 작고 원샷원킬 이다
가까이서 대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쫄리지도 않는다
눈깔과 활시위를 당길 힘만 있으면
니가 앉은뱅이든, 귀가 먹었든 상관없다
남녀노소 누구나 화살만 넉넉하게 주면
곧바로 소총수가 되는거다
평지에서도 사정거리가 150~300m 나간다
전력질주로 뛰어오느라 숨차는 적을 상대하기도 편해지고
등 돌리고 도망가는 패잔병들 처리하기도 좋은 만능무기다
단점이라면 딜러 숙련도 뿐인데
어렸을 때부터 달고살아서 문제가 없다
그래서 활을 미풍양속으로 장려하고
전폭적인 사회적 지원을 하게 된거다
그리고 이건 오늘날까지도 해당된다
새총이나 석궁, 일부 에어소프트건 까지도
법적으로 까다롭게 신고제로 관리해야하지만
활, 국궁이라는 단어는 법령에 등장하지 않는다
활은 김치와 더불어서 민족 전용템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활을 쏘려면 호흡까지 조절하면서 집중해야한다
옆에서 아무리 개지랄을 떨어도 할일을 하고야 만다
실제로 집중력 증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도 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뜬소문 돌아서 사람 죽는건 일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개빡치는 일이 있어도, 논점을 잃지 않는 인내심을 길러준다
물론 살상력은 엄청나서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시기에
예절주입기의 역할도 가능했다
신분이나 재산에 상관없이
활만 잘 쏴도 갓선비 페이커급의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양반들도 골프채 자랑하듯이 소뿔로 만든 각궁을 자랑 했고
정조는 신하들에게 하루 100발씩 쏘도록 시킬 정도로 활을 좋아했다
일제 때는 독립운동 본거지로도 사용되어
강제 통폐합, 철거될 정도로 사회적 공동체 역할도 했다
이때 많은 궁장이 사라졌다
활터에서는 예의와 존중을 배우지만
한국인들은 저잣거리 뒤에서 그님티?를 시전하는 본능도 만족시켰다
당구, 낚시, 카메라, 자전거까지
모든 취미에도 등급을 메겨서 경쟁하는 한국인에게 찰떡이다
심지어 정약용도 활쏘기에 서틀렀다가
활장인 정조에게 그님티? 당하고 늦게 배웠다는 일화가 있다
코어를 단련하는 럭셔리한 스포츠
남녀노소 누구나 그님티를 시전할 수 있는 경쟁 게임
활쏘기는 사실상 K-골프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고 활이 완전히 전쟁무기나 오락거리는 아니다
순수하게 사냥용으로 써먹는 실용성도 만족했다
150m 과녁놓고 쏴맞추는 놀이를 매일 하는데
10~20m 에서 멈춰있는 동물 표적은 아무것도 아니다
토끼, 고라니, 사슴, 살쾡이, 꿩, 민물고기, 다람쥐 등
활 한자루만 있으면 전국에 널려있는 산 자체가 고기뷔페다
한국인의 가성비를 완전히 충족한다
그해 흉작 조져도, 전쟁나서 산속으로 튀어도
돈없고 인맥없는 사람의 생존기가 된다
활 잘쏘는 놈은 어지간해서 먹고 산다
그렇게 인기가 많아진 활잽이들은 대우를 받았고
자식을 많이 남겼고
활 잘 쏘는 사람만 더 많아지는
적자선택을 반만년간 거치면서
오늘날 까지 양궁 개쌉고인물이 되기도 하고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나이트엘프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풀이란 풀은 다 맛있게 먹고 야근을 좋아하는 민족
호랑이를 타고 다니지는 못했지만
호랑이 였던 것을 타기는 했으며
평균기대수명도 수상하게 높아지고 있는 민족이다
끝
활의 민족인 이유 요약
1. 선비들 거북목, 허리디스크 코어단련
2. 칼,창보다 저렴하고, 구하기 쉽고, 만들기 쉽고, 안전함
3. 남녀노소 병력화 + 산악 디펜스 사기템
4. 골프장급 비즈니스 신분상승 가능, 그님티 경쟁전 가능
5. 산속 어딜가도 사냥 가능해서 굶어죽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