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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촬영된 프랑스 파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성 중립’ 표기법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성(性)을 구분해 표기하는 프랑스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입장과 성 중립 표기가 프랑스어를 쇠퇴시킨다는 입장이 부딪친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지난달 30일 행정 문서 등에서 성 중립 표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재적 325명 중 찬성 221표, 반대 82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파스칼 브루니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프랑스어 보호를 목적으로 공공과 민간 분야의 모든 공식 문서에서 성 중립 표기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사용 설명서나 고용 계약서, 회사 내부 규정 등이 이에 포함된다.
프랑스어는 성에 따라 표기를 달리한다. 여성 대통령의 경우 président(프레지당)이라는 기본형(남성형)에 알파벳 ‘e’를 붙여 présidente(프레지당트)로 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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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 있는 아스타나대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그러나 이러한 철자법이 성차별적이라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성 중립 표기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본형을 남성형으로 표기하는 대신 남녀 형 단어에 가운뎃점을 찍어 함께 표기하는 식이다. ‘그(il)’와 ‘그녀(elle)’를 합쳐 ‘iel’로 표기하는 등 축약 형태의 신조어도 등장했다.
성 중립 표기를 반대하는 측은 프랑스어 고유의 특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어 수호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이 포괄적 표기로 프랑스어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시대의 흐름에 굴복하지 말고 성 중립 표기를 거부해 프랑스어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중립 표기를 할 경우 행정 문서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브루니 상원의원은 “장애인 혹은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성 중립 표기법을 읽을 수 없다”며 “이러한 표기는 언어의 명확성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가 표기법까지 정할 권한은 없으며 언어의 진화 가능성을 차단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법안은 하원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하원 내 우파 비중이 상원보다 적어 최종적으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http://v.daum.net/v/20231102175115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