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 내용 문자 한통을 계기로 수원시 모 아파트에서 일어난 '물결'이 감동을 주고 있다. 배송 중 심장질환으로 쓰러진 택배기사를 돕기 위해 입주 주민들이 병원비 모금 등을 벌이며 돕고 나선 것. 단지 출입을 놓고 주민들과 택배기사 간 갈등이 빚어지
는 '택배대란' 등의 우울한 이슈가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따듯한 공동체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수원시 오목천동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에서 배송일을 하던 정순용(68)씨가 갑자기 호흡 곤란 등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내 쓰러진 정씨는 함께 일하던 아내의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갔지만, 긴급하게 심장 수술을 받았다.
며칠 전부터 정씨는 건강이 악화됐고, 사고 당일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매일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특성상 업무를 미룰 수 없어 아픈 몸을 이끌었다.
아내는 남편이 수술하는 동안 주민들에게 일일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설명하고 사과해야 했다. 택배 도착 지연으로 인한 불편과 항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자는 '오늘 배송 중, 저희 아저씨(남편)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해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심장 수술 중입니다. 오늘 배송은 못하게 됐습니다. 조속히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안타까운 소식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단체방에 공유되며 단지 내 급속도로 퍼졌고, 장진수 감사 등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사고 이틀 후인 19일 '모금 운동'을 추진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마음을 모아 아내에게 전달하자는 취지를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주민들은 정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너도나도 동참했다. 지난 21일까지 진행된 모금 운동은 107명이 참여, 총 248만원이 모였다.
애초 2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목표액이 빨리 도달해 조기 종료됐다. 주민들은 뿐만 아니라 직접 사업소와 연락해 택배를 찾거나 문자 답장을 통해 응원 목소리를 내는 등 자발적인 선행도 이어갔다.
22일 오후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은 마을 카페에서 부부를 만나 모금액과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는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기사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담겼다.
주민들의 마음을 전달받은 아내는 눈시울을 붉히곤 연신 고마워했다. 부부는 택배 일을 하루만 중단해도 생계가 어려울 정도여서 병원비를 놓고 막막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