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옷 아바야' 입고 등교 금지 첫날…종교자유 이긴 프랑스식 세속주의
프랑스 정부가 지난달 말 '학교에서 이슬람교 의복인 아바야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발표한 지 약 일주일 만인 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새 학기가 시작됐다. 아바야는 몸 전체를 덮는 긴소매 원피스 형태의 옷으로 이슬람 여성이 착용한다. 아바야와 비슷한 형태의 남성 의복인 카미의 교내 착용도 금지됐다.
정부는 이슬람계 반발을 우려하며 아바야 단속 직원을 투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학교 풍경은 비교적 차분했다. 그러나 "아바야 착용 금지가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여전해 교내 긴장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종교적 중립 지켜야"... 정부, '단속직원' 투입
아바야 착용 금지 조치는 프랑스식 세속주의인 '라이시테'에 기반한다. 라이시테는 사적인 영역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종교적 상징이 공적인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이다. 프랑스는 2004년부터 학교에서 십자가 목걸이 등 종교적 옷·장신구의 착용을 금지해왔고, 이번에 아바야로 확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 청소년에게 인기가 많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학교는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학 첫날 학교가 시끄러울 것을 우려했다. 프랑스 언론 BFM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직원 2,000여 명에게 아바야 관련 '특별 훈련'을 시켰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학생들이 아바야 착용을 하지 못하게 말리고 설득하는 업무를 맡는다. 아탈 장관은 지난 1일 "아바야를 입고 등교한 학생은 수업에 참여할 수 없고 교직원과 면담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도 각 학교에 보냈다.
정부 우려와 달리 별다른 사건·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옛 트위터)에 '아바야를 입고 학교에 가자'는 글이 올라왔지만, 대대적 저항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북서부 생제르맹쉬르일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모든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안도했다. 아탈 장관은 5일 "전날 대부분의 학생이 규칙을 준수했는데, 학생 298명이 아바야를 입고 나타났고, 그 중 67명은 규칙 준수를 거부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바야 금지가 이슬람에 대한 차별이자 억압이라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 시민단체인 '무슬림의 권리를 위한 행동'은 1일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인 국가평의회에 정부 조치가 부당하다고 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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