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한달에 1000곳' 문 닫는다

공인중개사 '한달에 1000곳' 문 닫는다


[파이낸셜뉴스] #."몇 년 전 벌어둔 걸로 임대료만 내고 있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는 집값 반등세에도 치열한 경쟁으로 한 달에 두건 이상 중개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폐업하는 중개사들도 권리금을 받고 넘겨야 하는데 권리금 내고 중개사무소를 인수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면서 "권리금은 골목 3000만원, 1층 대로변 5000만원, 단지 내 상가는 2억원인데 요즘은 다 못 받고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문닫는 공인중개업소가 한달에 1000곳을 넘고 있다. 집값과 거래량 회복세에도 서울과 지방간 극심한 온도차와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의 거래가 줄고 있어서다. 여기에다가 개인 사무실 오픈보다 중개법인을 선호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도 한몫하고 있다.

23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7월 전국 폐업 공인중개사는 102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935건에 비해 9.1%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11월이후 9개월연속 1000건을 웃돌았다.

휴업건수도 같은기간 78건에서 121건으로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 신규개업은 909건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전국 공인중개사무소의 폐업·휴업이 신규개업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지역·단지별 부동산 경기 편차와 아파트는 물론 빌라,오피스텔 등의 거래량이 호황기에 비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일부 업력이 길고 다수의 매물을 확보한 중개사들에게 거래가 쏠리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마포구 이원공인중개사 차정미 대표는 "빌라 매물을 인터넷에 광고하다 공인중개사법상 부당한 표시·광고로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고 이를 못 견뎌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중개사들은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한계에 이르고 있다. 협회 김한길 노원구지회장은 "생활비도 못 가져가는 중개업소가 많다. 올해 들어 주변에서 약 20곳이 폐업했다"며 "노원구는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11곳이다. 향후 재건축 진척에 거래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제외하고도 만만치 않은 유지비용도 부담이다. 아파트 거래 대다수는 공동중개(1건 부동산거래에 2인 이상 중개업자가 공동 중개)다. 이를 위해선 공인중개사가 권리금을 내고 지역 내 공인중개사 네트워크에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 온라인 중개 플랫폼 매물 등록에 드는 광고 비용도 적지않다. 중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지 얼마 안 된 초보 중개사들은 플랫폼을 이용해 비아파트 전월세 중개를 주로 다룬다. 이마저 전세사기로 거래가 많지 않아 수수료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권 등 입지경쟁력이 뛰어난 곳과 대단지 입주가 시작된 곳에선 개업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부동산 채은희 대표는 "올해 50곳 넘게 개업한 것 같다"며 "개포동은 재건축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거래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내기 공인중개사들은 개업 대신 중개법인을 선호하는 기류가 짙다. 공인중개사 80여명이 소속된 종합부동산기업 BSN빌사남 김윤수 대표는 "공인중개사도 양극화되고 있다. 최근 중개보조원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영세한 곳은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며 "중개사무소는 기업화 대형화되는 추세다. 젊은 공인중개사들이 처음부터 개업하면 부담이 크다 보니 소속 공인중개사로 먼저 일하면서 실무를 쌓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http://v.daum.net/v/20230823154354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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