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동물의 권리도 없다"…가자 주민의 절규
"인권은 잊으세요. 우리에겐 동물로서의 권리도 없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도시인 가자시티 주민 아흐마드 하소우나(42)는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서 한숨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공습을 피해 어떻게 도망쳤는지 설명했다. "가족 모두 부상을 입은 채 밖으로 나와 구급차를 불렀어요. 그런데 구급차가 또 공격을 받았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어온 가자지구가 일련의 전쟁으로 더욱 황폐화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민간인 주거지역 공습을 피해 잇따라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가자지구 전역이 이스라엘군의 사정권에 들어있고 이집트와 국경이 열리지 않아 '더 안전한 곳'을 찾는 게 별다른 의미가 없다.
가자지구는 육상 국경과 지중해 해안이 모두 봉쇄된 상태에서 민간인 주거지역과 대피소로 쓰이는 학교마저 폭격에 노출돼 있다. 구급차와 의료진, 구호기구 등 인도적 시설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와 구호기구에 따르면 전날 오후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의료진 3명이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날까지 의료시설과 구급차가 37차례 공격받아 의료진 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지난 주말 충돌이 시작된 이후 직원 9명이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WSJ은 잇따른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주요 통신선 3개 중 2개가 파괴돼 주민들이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분초를 다투는 의료진과 구급대원들도 봉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기가 끊긴다면 우리 병원은 그저 무덤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자지구 알 시파 병원 책임자인 무함마드 아부 살리마는 전기 사용을 필수 서비스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길어야 나흘간 예비 발전기를 돌릴 수 있는 연료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25년간 구급차 운전기사로 일해온 나심 하산(47)은 "건물 밖의 사망자와 부상자만 옮길 뿐 건물 잔해를 파헤칠 수가 없다. 불도저와 중장비가 필요하지만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당국은 남쪽 국경 이집트까지 가세한 봉쇄 조치로 소방차와 구급차, 사다리 등 장비를 반입하지 못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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