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피디의 봉준호의 거북한 냄새에 대한 일화

SBS피디의 봉준호의 거북한 냄새에 대한 일화


 

 

이재익 PD의 경험담인데 예전에 이민정 나왔던 <원더풀 라디오> 시나리오도 쓰시고 컬투쇼도 만드신
 
영화계랑도 겹쳐있던 분이라 당시에 시나리오 당선되면서 2000 년대 초반 봉준호 감독 만났던 썰을 푸는 이야기

이재익 PD : '냄새' 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어요
 
제가 이 팟캐스트 진행하면서 잠깐 스치듯이 이야기한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20 년전에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였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제가 상을 타게 되면서 같이 술을 마시게 된적이 있었는데요 
 
(봉준호 감독님은 69 년생 / 이재익 PD 님은 75 년생)
 
그때 봉준호 감독이 어떤 시기 였냐면
 
 '플란다스의 개' 가 쫄딱 망하고 가장 어렵게 살때에요
 
이번에 유튜브로도 영상 돌아다니죠 ? 
 
친구들한테 쌀 얻어서 받고 이런 시기에요 딱 그때 제가 만난거에요
 
 
 
B : 그럼 술값은 누가 낸거에요 ? 
 
 
 
이재익 PD : 그 술값은 그 주최한 곳에서 내준거죠 공모전 주최해준.
 
그때 같이 앉았는데 그때 시상식 끝나고 심사위원이신 감독님이 늦게 오신거에요
 
아무튼 오셔서 그때 제가 대상을 받았으니까 제 옆에 앉으셔서 인사도 나누고 
 
축하해주신다고 말씀도 해주시고 했는데... (하...)
 
그때 앉으셨는데... 기생충에서 말한 그 '냄새' 가 나는거에요
 
미치겠는거에요
 
 
 
B : 어떤 냄새 ? 한 옷을 오랫동안 입은 냄새 ? 
 
 
 
이재익 PD : 그 어떤 '가난과 무명' 의 냄새 ? 그래서 제가 무슨 생각을 했냐면 
 
그때가 언제냐면은 SBS 공채 시험 뽑을때에요 2001~2 년 여름 초가을 그때에요
 
8 월 뭐 발표나기 직전 그때에요 





B : 그러면은 아직 '살인의 추억' 개봉하기 전 ? 찍기도 전에 준비 단계였네
 
 
 
 
이재익 PD : 그래서 제가 너무 냄새가 나서 '어디 좀 다녀오셨나 봐요?' 
 
실례되지만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죄송해하시면서 '제가 좀 냄새가 나죠? 죄송합니다'
 
제가 다음 차기작이 야외 촬영이 많아서 일찍 촬영지 헌팅 준비가 필요해서 좀 돌아다니고 왔네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난 그래서 솔직히 그때는 봉준호 감독님 이름도 모르고 들어본적도 없고해서
 
그냥 대화를 이어나가야되니까 아무 생각없이 '무슨 내용이에요 ?' 라고 여쭤봤죠
 
그랬더니 "화성 연쇄 살인" 사건 관련된 작품이에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난 속으로
 
'망한덴 다 이유가 있다...'
 
 
 
생각했죠 아니 지금 2001 년이고 21 세기가 
 
이제 시작인데 그 칙칙한 범인도 안잡힌 그 사건을 영화로 찍는구나
 
(아이구야) 내가 이거 영화로 만들어지면 손에 장을... 
 
아니 오늘 받은 상금을 술값으로 다 낼수 있다 생각했죠 
 
이거 영화로 못만들어진다에
 
 
 
B : 아니 그걸 이야기로 했다고 ? 아니면 ?
 
 
 
이재익 PD : 아니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요? 되게 재밌겠다" 이러면서 
 
"엄청 스릴있겠네요" 했죠 
 
 
 
B : 야 근데 이날 인연 잘 맺어졌으면 지금도 (연락하고 그럴수 있었겠다)
 
 
 
이재익 PD : 아니 근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고 솔직히 내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 완전 다행이다... SBS 시험 봐놔서" 
 
내가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 준비하고 이렇게 해봤자 그냥 이렇게 밖에 안되는구나
 
내가 이렇게 될수도 있겟다 이 생각이 들면서 아찔한거에요
 
(전 까지는 그렇게까지 SBS 합격이 엄청 간절하지는 않았는데 라는 뉘앙스로)
 
계속 방송사 발표일 언제지 붙어야 되는데 붙어야 되는데 그 생각이 간절해진거에요 



B : 아니 근데 이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면 오늘 날의 기생충의 영광을 내가 만들었을수도 있겠다 ?
 
생각 안들어요 ? (갑자기?) 아니 이재익 PD 가 그 "냄새" 라는 발언을 하면서
 
봉준호 감독님에게 '모티브' 를 준거 아니야 ?? 
 
 
 
: 아니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띄어주고 있어 ㅎ
 
 
 
B : 아니 근데 기생충에 어느 정도 일조 했네 !
 
 
 
이재익 PD : 아니 그래서 저는 이번에 기생충을 보면서 '냄새' 이야기가 나오는데
 
20 년전 그 때가 생각나면서 너무 창피했던에요... 영화를 보는데
 
내가 너무 굴욕적이고 (그런 생각을 한거에) 그래서 그 생각을 했어요
 
"아 난 그냥 자격 자체가 없었구나"
 
가난과 무명이 두려웠던 나는 일종의 도전할 자격조차 없었던거에요 사실..
 
 
 
C : 그런 좌절을 겪지 않으면 위대하게 되기는 쉽지 않죠
 
 
 
 
이재익 PD : 그래서 그러다가 당연히 봉준호란 이름은 잊어먹고 있었어요
 
봉준호란 이름 자체를.. 그랬는데 1 년 반 정도 지나서 극장에 갔는데 
 
'살인의 추억' 이라는 영화가 걸려있는거에요 밑에 '봉준호' 라고 적혀있고
 
그래서 '어 저거 그때 나 대상줬던 그 감독 그 데뷔작 말아먹은' 
 
화성 사건 영화 만든다더니 결국 만들었네 ? 하고 들어가서 봤어요
 
근데 첫장면 시작하고 마지막 장면 그 송강호가 사장되가지고 다시 찾아가는
 
그 장면 나올때까지 딱 2 가지만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이 영화가 지금까지 내가 본 대한민국 영화중 최고의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중 최고다 "이건 확실하다" 
 
이거보다 잘 만든 한국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다
 
확신하게 됬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앞으로 평생 나는 봉준호 감독을 응원할것이다 
 
 
그 생각을 했어요 그 영화를 보면서 2 시간 내내
 
그래서 봉준호 감독님을 생각하면 사실 부끄러워집니다
 
근데 요즘에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봉준호 집안이 뭐
 
아버지가 뭐 교수시고 외할아버지가 작가시고 뭐 금수저 집안이다 뭐다
 
기본적으로 문화적쪽으로 스펙이 화려했다
 
(봉감독의 성과는 집안이 받쳐줬기 때문이다로 폄하되는 듯한식의 이야기들)
 
물론 그렇게 볼수는 있어요 근데 저는 분명히 그 냄새나고 
 
가난했던 봉준호를 직접 만나봤었기 때문에
 
정말 춥고 힘들고 알려지지 않아 배고팠던 무명을 거쳐온 그 순간을 직접 목격했고 
 
그 '냄새' 를 직접 맡아봤었기 때문에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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