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 나도 언제든지 소수자가...“ 한 배우가 남긴 말

“성소수자 혐오? 나도 언제든지 소수자가...“ 한 배우가 남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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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 나도 언제든지 소수자가...“ 한 배우가 남긴 말


  • • 연극 `와이프` 수잔나 역을 맡은 배우 이주영

  • • 성소수자 관한 자신의 소신 밝혀
 
연극  

연극 '와이프'에서 '수잔나'를 연기한 배우 이주영 / 서울시극단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혐오가 없어진 사회요? 나도 언제든지 소수자가 될 수 있잖아요. 늘 그 생각을 품고 살아간다면 보다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지난 6일 폐막한 연극 '와이프'에서 레즈비언 배우인 '수잔나'를 연기한 배우 이주영(46)은 "나도 언제든지 소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난 4일 만난 그는 마치 수잔나처럼 보였다.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밝혔고 그 속에선 강한 소신이 엿보였다.

"내 주위 사소한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비록 유토피아 같지만 '소수자'라는 말 자체가 없어진 사회가 평등한 사회라 생각해요." 

연극 '그을린 사랑', '유령 라이브 스트림' 등에서 주연을 맡으며 연기 폭을 넓힌 그는 자기 자신부터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와이프'는 영국 극작가 사무엘 애덤슨이 지난 6월 런던에서 초연했고, 서울시극단 '창작플랫폼-희곡작가' 사업에 선정된 신유청 연출이 한국 무대에 올렸다. 1959년, 1988년, 2019년, 2042년 영국의 각기 다른 네 커플 이야기를 보여주며 성소수자 혐오와 페미니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주영은 이같은 주제를 지닌 연극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이런 연극은 늘 있었지만, 이야기할 공간과 대상, 시간이 훨씬 많아지면서 더 관심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문제 등) 마이너한 주제를 다루는 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 돼야 한다는 거죠."

이 말을 하면서 이주영은 극에서 나오는 2042년의 '데이지'를 예로 들었다.

"2042년의 데이지를 봐요. 자신이 '퀴어'라고 당당히 밝히고, 그런 게 전혀 이질감이 없잖아요. 미래에는 그게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수잔나는 헨릭 입센 연극 '인형의 집' 주인공 '노라' 역을 연기하는 배우로 나온다. 그에게 노라와 수잔나에 대해 물었다. "노라가 인형의 집을 박차고 나와 문을 닫은 순간, 수잔나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라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답변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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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와이프'속 '수잔나'를 연기한 이주영(왼쪽) / 세종문화회관 제공=연합뉴스


"노라는 '지금 나를 둘러싼 인습 즉 가부장제가 과연 옳은가'하고 질문하는 사람이라면, 수잔나는 그런 노라의 질문을 행동으로 답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잔나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행복을 위해서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속받지 않으려 하잖아요."

유부녀인 데이지가 수잔나를 사랑하게 된 것도 이런 수잔나의 삶을 동경해서일까. 이주영은 "그냥 반한 거죠"하고 우문현답했다.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나요? 이성애든 동성애든 사랑을 해석하거나 사랑하는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데이지는 수잔나를 봤고, 그 순간 너무 끌렸고, 시간이 흘러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예요."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모성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서는 노라를 연기했고, 자신이 낳은 아들 '에릭'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데이지를 봤기 때문이다.

"극을 분석하는 내내 모성에는 어쩌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인간은 인내하고 추스르면서 다양한 것들을 배워가잖아요. 모성애 역시 학습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처럼 이주영은 연극을 할 때마다 본인의 배역뿐만 아니라 다른 배역들까지 캐릭터를 분석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단원들과 열띤 토론도 거친다. 

"연기를 한다는 건 제가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살아본다는 거잖아요. 과연 이 사람은 무엇을 믿고 살까, 이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끊임없이 궁리해요. 그래서 수잔나를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마음'으로 이해하면서 수잔나에게 스며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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