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스의 반전 드라마... 창단 첫 월드 챔피언 [MLB 월드 시리즈] 슈어저는 부상 투혼, 시리즈 MVP는 스트라스버그

워싱턴 내셔널스의 반전 드라마... 창단 첫 월드 챔피언 [MLB 월드 시리즈] 슈어저는 부상 투혼, 시리즈 MVP는 스트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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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시즌 첫 50경기까지만 해도 이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올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팀은 와일드 카드 자격을 획득, 포스트 시즌에서 강팀들을 연이어 무너뜨리고 나아가 창단 첫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올해 월드 시리즈는 승리하는 팀이 모든 것을 다 챙겨가는 7차전, 이른바 승자 독식(The Winner Takes it All) 게임까지 갔다. 10월 31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 주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렸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월드 시리즈 7차전은 7회에 분위기가 급격히 뒤바뀌며 승부가 갈렸다.

애스트로스에서는 게릿 콜, 저스틴 벌랜더에 이어 잭 그레인키가 3차전과 7차전을 맡았고, 예정대로 그레인키가 선발로 등판했다. 내셔널스는 1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맥스 슈어저가 갑작스런 경련 부상으로 5차전 등판을 취소했지만, 코티존 진통제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뒤 7차전 등판을 강행했다.

6회까지 애스트로스 리드, 그레인키 올 가을 최고의 투구

사실 7전 4선승제에서 보통 팀의 원투 펀치는 1차전과 2차전 그리고 5차전과 6차전을 맡는 편이었다. 그리고 7차전은 팀의 3선발이 등판하거나 불펜 데이로 진행되는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월드 시리즈 7차전도 올스타 게임 출전 이력이나 사이 영 상 수상 이력이 있는 투수들이 선발로 등판하게 됐다. 애스트로스는 게릿 콜과 저스틴 벌랜더, 두 파이어볼러가 원투 펀치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교파 투수였던 그레인키(2009 아메리칸리그 사이 영 상 수상)가 선발로 등판하게 됐다.

통산 사이 영 상 3회 수상(2013, 2016, 2017)의 베테랑 슈어저는 등판 당일 갑작스런 부상 증세로 5차전 등판을 7차전 등판으로 미뤘다. 월드 시리즈 7차전에서 이렇게 큰 선발 빅 매치가 이뤄진 적은 2001년 월드 시리즈 7차전의 커트 실링과 로저 클레멘스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실링이 3일 휴식으로 1,4,7차전 선발 등판을 강행했다.

다만 그레인키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 이외에 포스트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레인키는 이번 가을에도 이전까지 4경기 선발 등판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 자책점 5.30으로 좋지 않았다.

그랬던 그레인키가 개인 포스트 시즌을 통틀어 최고의 피칭을 했다. 6.1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으로 2실점(80구)을 기록했는데, 6회까지는 무실점이었다. 경기 운영에 있어서 뛰어난 관록을 보여준 그레인키의 피칭으로 인해 내셔널스의 타선은 6회까지 그레인키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그레인키의 교체 타이밍을 놓친 A.J. 힌치 감독이었다. 7회가 되면서 내셔널스는 1사 후 앤서니 렌돈이 추격의 홈런을 날리면서 그 불씨가 타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후안 소토의 볼넷이 나오고 나서야 힌치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그레인키를 교체했다.

이미 불펜에서는 5차전 선발투수였던 게릿 콜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윌리 해리스가 마운드에 올랐고, 타격감이 다시 떨어지고 있던 하위 켄드릭이 해리스를 상대로 역전 홈런을 날리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히고 그레인키의 승리도 날아가고 말았다. 만일 콜이 이 시점에 올라왔었다면 애스트로스는 승리 분위기를 굳힐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5이닝 2실점, 베테랑 슈어저의 부상 투혼

5차전 당일 아침에 혼자서는 옷을 입기 힘들 정도로 목과 등에 통증이 있었던 슈어저는 눈물을 머금고 5차전 선발 등판을 취소했다. 코티존 주사를 통해 2일 정도는 진통을 완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 엔트리에서 빠지지는 않고 경과를 지켜봤다.

3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어니발 산체스도 있었기 때문에 슈어저가 만일 등판을 강행한다고 해도 선발은 힘들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슈어저는 6차전에 앞서 동료들과 훈련하면서 몸 상태가 괜찮아지고 있음을 보였고, 경기 중에는 불펜에서 몸을 푸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팀 동료들의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코티존 주사를 맞고 아픔을 참아가며 등판했던 만큼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었다. 2회말 율리 구리엘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했으며, 5회말 카를로스 코레아에게 적시타를 추가로 허용했다.

5이닝 7피안타 4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분명 슈어저가 정상적인 몸 상태일 때 나올 수 있는 기록은 아니었다. 투구수도 103구나 되었고 출루를 허용한 주자가 도합 11명이었으며 탈삼진도 3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슈어저의 부상 투혼은 내셔널스 동료들의 투지를 불태우기에는 충분했다. 션 두리틀 이외에는 믿을 만한 왼손 구원투수가 없었던 내셔널스는 4차전 선발투수였던 패트릭 코빈을 6회부터 두 번째 투수로 투입했다.

보직 가리지 않고 구원 등판한 내셔널스의 선발투수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내셔널스는 선발, 계투, 마무리의 보직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작전을 사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내셔널스의 정규 시즌 구원투수 평균 자책점은 5.68로 리그 최악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어떤 구원투수가 어떤 폭탄을 들고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에 데이브 마르티네스 감독이 들고 나온 전략은 보직 파괴였다. 마무리 상황에서나 쓸 대니얼 허드슨이나 션 두리틀을 승부처에 조기 투입하거나, 승부처에서 선발투수들을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어니발 산체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투수들은 모두 1번 이상 구원으로 등판했다.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베테랑 슈어저의 뒤를 이어 구원 등판했다. 반대로 스트라스버그가 등판했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는 슈어저가 구원 등판하여 이닝의 아웃 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고 내려갔다. 월드 시리즈 로스터에만 합류했던 조 로스는 3차전 구원 등판에 이어서 5차전에는 임시 선발로 등판하여 슈어저의 공백을 충실히 메워줬다.

특히 왼손 투수였던 코빈은 각 시리즈에서 1번씩만 선발로 등판하고 나머지 5경기에서 구원 등판했다. 이번 포스트 시즌 8경기(3선발) 23.1이닝 2승 3패 평균 자책점 5.79를 기록했는데,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했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0.2이닝 6실점의 대참사를 당한 것만 뺀다면 그의 포스트 시즌 성적은 2승 2패 평균 자책점 3.57이었다.

임시 선발 로스까지 포함한 5명의 선발투수들이 팀을 위해 돌아가며 이닝을 나눠준 결과,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내셔널스의 구원투수들은 7명이 도합 38.1이닝만 던질 수 있었다. 월드 시리즈 7차전도 슈어저가 5이닝, 코빈이 3이닝을 던져주면서 내셔널스의 불펜은 9회만 책임지면 됐다.

옵트 아웃 앞둔 스트라스버그, 최고의 주가로 월드 시리즈 MVP

현재 스트라스버그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내셔널스와 맺은 7년 1억 7500만 달러의 계약이 적용되고 있다. 이 중 내셔널스의 구단 사정을 배려하여 7000만 달러는 2024년부터 2030년까지 1000만 달러씩 연금 형태로 분할 지급되며, 180이닝 이상 투구에 100만 달러 보너스가 있다.

또한 스트라스버그는 2019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옵트 아웃은 남아있는 계약을 해지하고 구단과 새롭게 재계약하거나 FA 시장에 나갈 수 있게 선수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올 시즌 스트라스버그는 역대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 중 최소 이닝 만에 통산 1500탈삼진을 돌파하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결국 18승 6패 평균 자책점 3.32에 251탈삼진을 기록, 내셔널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탈삼진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다(1위 제이콥 디그롬 255탈삼진).

그리고 맞이한 포스트 시즌에서 스트라스버그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 3이닝 구원승을 거뒀고,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와 맞대결을 펼쳤다. 여기서 6이닝 10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고, 4일 휴식 후 등판한 5차전에서도 6이닝 7탈삼진 3실점했으나 연장 승부까지 이어지면서 승패를 가리진 못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2차전 7이닝 7피안타를 허용하고도 위기 속에서 12탈삼진의 위력투로 무자책 승리를 거뒀다. 월드 시리즈에서는 벌랜더와의 맞대결에서 2번 모두 이기며(6이닝 7탈삼진 2실점, 8.1이닝 7탈삼진 2실점)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6경기(5선발) 36.1이닝 47탈삼진으로 5승 무패 평균 자책점 1.99를 기록하며 이번 가을 팀내 최고 수훈 선수가 됐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NLDS 5차전도 팀이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투수가 월드 시리즈 MVP를 수상한 것은 2014년 매디슨 범가너(3경기 2승 무패 1완봉승 1세이브 평균 자책점 0.43) 이후 5년 만이다. 또한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선수로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한 것도 스트라스버그가 처음(2009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이었다.

첫 50경기 19승 31패, 위기 딛고 반전 이뤄낸 내셔널스

처음에 언급했던대로 내셔널스는 올 시즌 첫 50경기까지만 해도 19승 31패(0.380)였다. 당시 지구 선두였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도 무려 10경기나 승차가 벌어져 있었다. 마르티네스 감독이 경질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선수단의 신임 속에 시즌 끝까지 팀을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셔널스는 반등했다. 이후 39경기에서 28승 11패(0.718)라는 무서운 질주로 전반기 승률 5할을 넘겼고,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에 와일드 카드 경쟁권까지 복귀했다. 6월에는 슈어저가, 7월에는 스트라스버그가 내셔널리그 이 달의 투수상을 수상하는 등 무서운 활약을 펼쳤고, 0승 6패로 시작했던 산체스 역시 8연승을 달리며 정상 궤도에 복귀했다.

8월에도 19승 7패를 기록한 내셔널스는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 여유있는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다만 지구 선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시리즈를 잡아내지 못하면서 지구 선두까지 차지하지는 못했다. 5월에 뉴욕 메츠와의 4연전을 모두 패하면서 19승 31패까지 내려갔던 내셔널스는 이후 112경기에서 74승 38패(0.661)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이었다.

결국 내셔널스는 정규 시즌 93승 69패(0.574)로 내셔널리그 승률 3위에 올랐다. 브레이브스가 리그 2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와일드 카드로 밀려났지만, 중부지구 선두였던 카디널스보다도 승률이 높았다. 다만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바람에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제외하고는 홈 어드밴티지가 없었다.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다저스와 5차전 연장 혈투까지 펼쳤던 내셔널스는 챔피언십 시리즈는 무난하게 4경기 스윕으로 끝냈다. 그리고 30팀 중 최고 승률을 자랑했던 애스트로스를 상대했다.

원정 2경기를 그것도 콜과 벌랜더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워싱턴 D.C.에서 열린 3경기를 모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휴스턴 원정에서 다시 2경기를 승리하면서 창단 첫 월드 챔피언에 성공했다. 월드 시리즈 역사상 7경기 모두 원정 팀이 승리한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와일드 카드 팀이 월드 챔피언에 오른 것은 이번이 7번째다(1997, 2002, 2003, 2004, 2011, 2014, 2019). 와일드 카드 결정전이 신설된 이후로 한정하면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은 두 번째 사례다. 내셔널스가 우승에 성공하면서 아직 월드 시리즈 진출 경험이 없는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만이 남게 됐다.

내셔널스의 이번 시즌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그야말로 바닥을 치고 정상까지 올라갔다고 할 수 있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애스트로스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내셔널스는 올 시즌 내내 기적을 이뤄내며 포스트 시즌에서는 강팀들을 상대로 도장 깨기에 성공했다.

선발투수들의 구원 등판하는 희생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뒷심은 결국 내셔널스를 창단 첫 월드 챔피언에 오르게 하는 힘이 됐다.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절까지 포함하여 창단 50년 만에 위업을 달성한 내셔널스 선수단과 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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