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다이어리-⑧] “다루기 어려운 런치 컨트롤”

[벨로스터 N 다이어리-⑧] “다루기 어려운 런치 컨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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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컨트롤, 지나치게 까다롭다
‘런치 컨트롤(Launch Control)’은 자동차 회사마다 설명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정지 상태에서 출발 시 최적의 가속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 또는 장비를 말합니다. 제가 타고 있는 벨로스터 N에도 런치 컨트롤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제는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한 차라고 해서 더 이상 수동변속기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그에 버금가는 효율을 갖추면서도 훨씬 빠른 변속 속도를 갖춘 듀얼클러치가 장착되기 시작하면서 수동변속기는 철저히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됐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를 찾기도 이제 쉽지 않아졌으며, 거기에 런치 컨트롤까지 갖춘 차를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졌습니다. 사실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차에 이런 기능을 넣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게 느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차의 자상한 배려와는 별개로 벨로스터 N의 런치 컨트롤 작동 방법은 지나칠 정도로 까다롭게 느껴집니다. 어느덧 출시한 지도 1년여가 넘었지만, 의외로 런치 컨트롤에 대해 다루는 분들이 많지 않아 이를 간단히 다뤄보겠습니다. 

 

사실 현대차 사용설명서에서 런치 컨트롤이라는 용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야 하는 거겠죠? 벨로스터 N 사용 설명서에 명시되어 있는 런치 컨트롤은 크게 2페이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실 현대차 사용설명서에서 런치 컨트롤이라는 용어를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야 하는 거겠죠? 
벨로스터 N 사용 설명서에 명시되어 있는 런치 컨트롤은 크게 2페이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작동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작동 조건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엔진이 충분히 예열된 상태여야 합니다. 이는 벨로스터 N을 비롯해 다른 고성능 차에서도 접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런치 컨트롤은 순간적으로 성능을 완전히 끌어내는 주행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방금 막 잠에서 일어난 훈련병에게 대뜸 100m를 미친 듯 달리라고 한다면 과연 몇이나 잘할 수 있을까요. 당장은 곧잘 수행했다고 한들 장기적으로 큰 화가 되어 돌아올 게 분명합니다.

또한 주행안정장치인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의 시스템 이상이 없어야 합니다. 벨로스터 N은 ESC SPORT 상태에서만 런치 컨트롤 사용이 가능한 까닭에 이런 조건을 내건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자동차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BMW M의 경우 DSC를 완전히 해제해야만 런치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벨로스터 N은 전륜구동 차량이고, ESC를 완전히 해제했을 때 발생하는 휠 스핀이 최적의 가속 성능을 구현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게 아닐까 싶어요.
 

런치 컨트롤의 까탈스러움은 주의 항목에 잘 명시되어 있습니다. 런치 컨트롤 실패 시 3분간 냉각 주행 필요가 눈에 띕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 직접 사용해 봐야겠죠. 벨로스터 N의 런치 컨트롤 작동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N 모드 활성화 ②클러치를 밟아 1단 유지 ③순간적으로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고 ④런치 컨트롤 작동 여부 확인 후 작동으로 이어집니다. 엔진 회전수는 3800rpm에 고정되나 크루즈 컨트롤 버튼 조절을 통해 엔진 회전수 조정이 가능합니다. 이는 BMW M과 같은 부분입니다.

사용설명서를 봤음에도 제 차로 런치 컨트롤을 작동시키기까지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작동 방법 중 3번이 유독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나름대로 빠르게 밟는다고 했으나 차 입장에서는 늦었던 거죠. 대체 의미 없는 팝콘을 몇 번을 터뜨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상 작동될 경우 8초 동안 설정된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게 되며, 클러치 페달 체결과 동시에 일정 수준의 휠 스핀과 함께 런치 컨트롤이 이뤄집니다.
 


 


문득 비슷한 성격의 경쟁 차종은 런치 컨트롤을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수동변속기가 탑재된 고성능 차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중에서 런치 컨트롤을 갖춘 차를 찾는 건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관련 사례가 전혀 없진 않네요. 작년까지 판매가 됐었던 포드 포커스 RS와 지금도 판매되고 있는 혼다 시빅 타입 R(FK)에 탑재된 런치 컨트롤 작동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포커스 RS의 런치 컨트롤 작동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클러치를 밟은 채 1단 유지 ②계기판 트립 컴퓨터 메뉴 중 세팅 클릭 ③드라이버 어시스트 중 런치 컨트롤 활성화 ④트립 컴퓨터 우측 하단 LC 점등 여부 확인 후 작동으로 이어집니다. 엔진 회전수는 5000rpm에 고정되며 별도 엔진 회전수 조정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발진 가속에 유리한 사륜구동인만큼 엔진 회전수를 높게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혼다 시빅 타입 R의 런치 컨트롤 작동 방법은 상당히 신기합니다. ①클러치를 밟은 채 1단 유지 ②액셀 페달을 밟아 희망 엔진 회전수 유지 ③스티어링 휠 우측 캔슬 버튼을 꾹 눌러 엔진 회전수 고정 상태 확인 후 작동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작동 방법 공유가 다양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 상태로 엔진 회전수가 고정되는지 매번 캔슬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확인하진 못했습니다.

 

이 작동 화면을 보기 위해 50번 가까이 시도했습니다. 핵심은 액셀 페달을 빨리 밟기!
본론으로 돌아와 보죠. 제가 무지해서 못했던 것도 있지만, 사용설명서 내용도 일정 부분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N 모드에서만 작동될 것처럼 써 있지만, N 커스텀 모드에서도 런치 컨트롤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운 상태에서도 작동된다는 내용도 추가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 후드, 테일게이트를 모두 닫으십시오’ 중 문을 도어로 수정했으면 합니다. 각자 다르겠지만, 제 경우엔 문이라고 하면 머리속에 도어와 윈도우가 동시에 떠오르거든요.

또한 런치 컨트롤을 그나마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 로직을 구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7편을 통해 N 커스텀 모드에서는 ESC 해제 이후 그 상태가 별도 설정 변경 없이는 계속 유지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드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런치 컨트롤을 이용해 이상적인 출발을 했다고 해도 결국 ESC가 해제된 N 커스텀 모드를 활성화하려면 N 버튼을 3초간 꾹 누르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느니 ESC 해제된 N 커스텀 모드로 자체 런치 컨트롤을 하는 게 훨씬 편하게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벨로스터 N의 런치 컨트롤은 딱히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됩니다. 초기에는 작동 방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이후에는 작동 조건의 까다로움과 번거로움 때문에 쓰지 않게 되죠. 일반 도로에서는 쓸 일이 아예 없고, 그나마 레이스 출발 상황에서도 좀처럼 손이 가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수동변속기 탑재 차종에 런치 컨트롤을 넣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이런 시스템의 복잡함이 차 컨디션 유지에는 크게 도움 되겠지?’ 와 같은 논리와 무관한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확실한 건 제 차를 운전하며 런치 컨트롤을 쓸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습니다.

출처 : 모터그래프(https://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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