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디지털화폐 발행할까…궁금증 세 가지

중국은 왜 디지털화폐 발행할까…궁금증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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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민은행이 발행을 준비 중인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한 중국이 이번 CBDC 발행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4억명의 중국인 가운데 절반만 CBDC를 사용해도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중국인민은행이 발행을 준비 중인 CBDC는 가상화폐와는 성격이 다르고 오히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현금이나 체크카드, 간편결제 등과 비슷하다. 포브스 등 외신은 중국인민은행이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절(11월 11일)에 맞춰 CBDC를 발행할 것으로 전했지만, 인민은행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언제든지 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CBDC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조선DB
CBDC는 무엇인가

중국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의 명칭을 CBDC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뜻한다.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화폐를 디지털화해 발행한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면 역시 CBDC다.

CBDC는 가상화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떤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탈중앙화 화폐를 발행한다면, CBDC도 가상화폐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방식의 중앙집중형 화폐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상화폐와는 거리가 멀다.

CBDC를 가상화폐와 연결해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각국의 중앙은행은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기 전부터 CBDC 발행을 연구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중국이 CBDC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2014년의 일이다. 물론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나서 CBDC 연구가 더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②인민은행의 CBDC는 가상화폐인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CBDC의 구조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국 현지 언론과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인민은행의 CBDC는 분장원장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정치·경제 구조상 굳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화폐를 중앙은행이 발행할 이유가 없다.

외신들은 스마트폰에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 디지털 화폐를 받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구조를 예상한다. 최근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CBDC는 인민은행이 절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중앙 집중식 디지털화폐가 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CBDC는 인민폐(위안화)와 1:1로 연동되며, 중앙은행, 상업은행, 소매점으로 구성된 2계층 시스템을 따른다. 인민은행이 상업은행과 직접 연결해 CBDC를 발행하고, 이들 은행은 기업과 개인에게 이를 유통해 결제·송금에 사용한다. 쉽게 말하면 체크카드를 떠올리면 된다. 체크카드는 본인 계좌에 있는 금액만큼 결제·송금이 가능하다. 중국의 CBDC도 본인이 보유한 금액만큼 앱을 이용해 결제·송금하는 구조다.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 실제 계좌에 있던 현금이 출금돼 결제한 점포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동하는 것은 디지털화된 정보다. 중국의 CBDC도 이와 비슷한 형식이다. 체크카드 대신 스마트폰 앱이 사용되고 실물이 없는 디지털화폐가 사용될 뿐이다.

인민은행의 설명도 이와 비슷하다. 장춘 무 중국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연구소장(Digital Currency Research Institute)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CBDC의 기능적 속성은 종이 화폐와 동일하다. 단순한 디지털 형태일 뿐"이라고 했다.

사실 현금의 디지털화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앞서 설명했던 체크카드를 사용한 결제도 디지털화된 현금 결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다수의 국민이 디지털화된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전망한 중국 인민은행(PBoC) 디지털화폐(CBDC)의 구조/바이낸스 제공
③중국은 왜 CBDC를 발행하는가

인민은행의 CBDC 발행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분석도 있고, 페이스북이 발행을 준비 중인 가상화폐 ‘리브라’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우선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분석은 지나친 해석으로 보인다. 국내외 언론들은 중국이 CBDC를 발행해 세계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노린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중국 CBDC는 실물 화폐를 디지털화한 형태라 가상화폐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 중국 위안화와 1:1로 연동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시세가 변하는 가상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기축통화가 되려면 화폐가 널리 통용돼야 한다. 중국 인민은행도 사용이 편한 CBDC가 외국인에게도 많이 사용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중국 CBDC가 본격적으로 유통되면 외국인도 전자지갑을 내려받아 자국 통화를 위안화로 환전하듯이 CBDC를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CBDC는 중앙집중형으로 거래 기록이 중앙 서버에 남는다. 중국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다. 기존 위안화보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더 강화된 화폐인 셈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디지털화폐가 외국인 사이에 널리 사용될지 의문이다.

중국이 기존 통화 발행량 외에 CBDC를 추가 발행할지, 통화 발행량 일부를 CBDC로 대체해 발행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CBDC를 발행해도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자라면 통화 일부가 디지털화되는 것이고, 후자라면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뿐이다.

페이스북이 발행하는 리브라에 대응하기 위해 CBDC를 발행한다는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다. 일단 페이스북은 중국 내 사용이 금지돼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발표한 게 지난 6월이었는데, 중국은 2014년부터 CBDC를 연구했다. 중국이 갑자기 페이스북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한 향후 몇년간 리브라와 중국 CBDC가 결제 시장을 놓고 격돌할 일은 없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CBDC를 발행하는 걸까. 인민은행 간부들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장은 "우리가 연구하는 CBDC 특정 기술의 응용이 아닌, 지불과 결제의 편리성과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장춘 무 소장 역시 "법정통화(M0·지폐 및 동전)는 익명으로 위조하기 쉽고 돈세탁, 테러 자금 조달 등의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중국 CBDC는 비용 절감과 결제 편리성, 투명성, 통제력 강화 등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은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현금을 받지 않는 업체들이 많다. 오히려 현금을 사용하면 ‘미개인’ 취급을 받는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이런 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춰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CBDC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발행되는 실물 화폐 일부만 디지털화해도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위안화 위조와 자금세탁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위조지폐나 자금세탁 등의 범죄로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노리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위안화 신뢰성을 훼손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중앙집중형인 중국 CBDC는 자금 흐름을 정부가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에 위조나 자금세탁이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위안화가 CBDC로 상당 부분 전환될 경우 자금세탁이나 위조지폐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고 감소로 자국 내 자금이 해외에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기조도 CBDC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은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폐쇄적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국이 CBDC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그때까지 중국 CBDC를 둘러싼 과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 CBDC를 오해하고 엉뚱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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