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규제 따라 ‘다크코인’ 상장·상폐 갈린다
[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암호화폐 관련 각국의 규제 방침에 따라 각 국 거래소들의 다크코인 상장 운명이 갈리고 있다. 반면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제미니(Gemini)에서는 다크코인 중 하나인 지캐시(ZEC)가 지속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코인베이스프로(Coinbase Pro)에서는 대시(DASH)가 상장됐다.
◆ 규제 방침에 따라 갈리는 ‘다크코인’ 상장·상폐
지난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암호화폐 거래 관련 규제 권고안이 공개된 이후, 각국의 규제 방향에 따라 다크코인 거래 지원이 종료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코인베이스영국(UK)은 현지 사용자들에게 다크코인인 지캐시 거래 지원 중단에 대한 안내 서한을 보냈다. 이용자가 보유한 지캐시를 다른 암호화폐로 바꾸거나 외부 지갑으로 송금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조치에 대한 배경으로 당시 코인데스크는 영국 금융 규제당국인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가 공개한 가이던스를 들었다. 일부 형태의 암호화폐는 규제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는데 여기에 지캐시도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한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당국이 거래소와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다크코인’ 부작용을 꼬집은 발언 이후, 국내 거래소도 다크코인 종목에 대한 조치에 나섰다.
지난 9일 업비트가 다크코인 6종목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잠정적인 거래 종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오케이이엑스코리아 (OKEx Korea)는 상장된 다크코인 종목들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 양사는 암호화폐 관련 FATF 규제 권고안 이행이라는 점을 들었지만, 금융당국의 입김으로 거래소의 조치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이와 다르게 다크코인을 상장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7일 상장을 보수적으로 하는 거래소로 알려진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는 다크코인 중 하나인 ‘대시(DASH)’의 거래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코인베이스의 전문 투자자용 플랫폼 코인베이스 프로(Coinbase Pro)에 대시가 상장돼 있다.
또 비교적 규제 강도가 낮은 몰타에 본사를 둔 바이낸스는 모네로(XMR), 지캐시(ZEC), 대시(DASH) 등 다크코인 3종에 대한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다크’보다 ‘프라이버시’ 측면으로 바라본다
최근 대시(DASH) 상장되면서 코인베이스에서는 지캐시(ZEC) 포함 두가지 다크코인의 거래를 지원하게 됐다. 또 코인베이스보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는 뉴욕금융서비스당국(NYDFS)으로부터 지캐시 거래 지원을 승인받았다.
미국에서 다크코인 거래가 지속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다크코인’이 갖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기술적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을 꼽았다. 지캐시의 경우, zk-SNARKS라고 하는 ‘영지식증명기술’을 이용해 데이터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거래를 가능하게 만들어 거래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 국내 보안 관련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장부 투명성이 보장돼 누구나 나의 소비 유형, 저축, 자산 현황 등 자금 흐름을 알게 되면, 이는 또 다른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은 프라이버시 측면 즉 블록체인의 양면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내 업계 관계자는 “다크코인이 개인이나 회사가 대외적으로 노출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거래에 활용할 여지뿐만 아니라 다크코인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대체 장치가 나올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를 막을 수 없는 점을 미국에서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서 대시의 마스터노드 활성화가 가장 높다 <출처 = masternodes.online>
미국에서 다크코인 수요도 높다. 한 예로 대시를 보유함으로써 네트워크 운영에 기여하는 ‘마스터노드’ 구성원 규모를 살펴보면, 미국에서 활성화가 앞도적으로 높다. 마스터노드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마스터 규모는 1149명이다.
지캐시나 대시 등은 규제 당국과도 지속 접근하고 있다. 지난 5월 디코노미2019에 참석한 주코 월콕스 지캐시 설립자는 여러 국가의 규제 당국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최근 라이언 테일러(Ryan Taylor) 대시 최고경영자도 “대시의 개인정보 보호 기술인 ‘코인조인(CoinJoin)’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거래소와 규제당국에 강조해온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스테이블코인과 관련 업계 관계자는 “다크코인을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만큼 점진적으로 미국에서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며 “중앙화된 거래소에 KYC(고객신원확인)를 거치지 않은 다크코인 거래에 대해 출금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 조치가 나올 수 있어 향후 규제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