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천만 원대 7인승 수입 SUV, 쉐보레 트래버스 시승기
[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지난 3일 트래버스의 출시행사 및 시승행사를 동시에 진행했지만, 오토트리뷴은 여건상 짧은 임도 구간 주행 밖에 경험해 보지 못했다. 당시에는 트래버스의 사륜구동 시스템을 경험해본 것이 전부였지만, 이번에는 3일에 걸쳐 다양한 구간을 비교적 길게 시승해보며 트래버스의 다른 모습을 확인했다.
수치도 크다,
디자인까지 크기를 강조
트래버스의 디자인은 직선을 강조해 안 그래도 커다란 크기를 더욱 강조한다. 전면부에 적용된 쉐보레 패밀리룩의 상징인 듀얼 포트 그릴은 국내 출시된 쉐보레 차량 중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이번에 시승한 레드라인 트림의 경우 일반적인 트래버스와 달리 검은색으로 처리해 강렬함까지 전달한다. 다만, LED가 적용된 헤드램프와 달리 할로겐 방식의 원형 안개등은 트래버스의 강렬함을 미쳐 다 전달하지 못해 아쉽게 느껴진다.
측면을 본다면, 트래버스의 긴 전장을 실감할 수 있다. 후드 끝에서 트렁크 해치까지 길게 뻗어 있는 굵직한 직선을 기본으로 벨트라인과 윈도우 라인 역시 직선을 사용했다. 게다가 트래버스는 1열의 도어보다 2열 도어 크기가 훨씬 커 차체가 더욱 길어 보이도록 디자인됐다. 여기에 전통적인 SUV의 상징인 네모난 형태의 휠 하우스와 레드라인 전용 검은색 20인치 휠이 적용돼 SUV의 본질을 강조하는 한편, 카리스마까지 전달한다.
측면이 전장을 강조했다면, 후면은 전폭을 강조한다. 단순하지만 커다란 트렁크 도어 유리와 함께 D 필러까지 검은색 마감으로 일체감을 이루고 있어 널찍해 보인다. 또한, 일반적인 트림과 달리 레드라인 전용 가로로 긴 형태의 클리어 타입 테일램프와 그 사이를 잇고 있는 검은색 몰딩으로 강렬함을 전달한다.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듀얼 머플러를 네모난 형태로 제작해 무게감을 전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단순함의 미학,
실내 디자인
여느 미국차들이 그렇듯, 트래버스의 실내 구성 역시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다. 기교를 최대한 자제한 간결함을 극대화한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수직형 센터패시아를 적용해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앙에 위치한 8인치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과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오토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터치스크린 뒤로는 귀중품을 수납할 수 있는 ‘프라이빗 히든 큐브’ 공간을 만들어 실용성까지 챙겼다.
운전석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한 전자식 계기반 대신 전통적인 다이얼 게이지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가운데에 위치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상당히 선명하다. 스티어링 휠 역시 멋보단 실용성을 강조한다. 주행과 관련된 버튼은 왼쪽, 차량 설정과 관련된 버튼은 오른쪽에 위치해 단숨에 사용하기 편리하다.
2+2+3 실내 구조,
어디를 앉더라도 편안함 제공
트래버스를 이야기하면서 실내 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1열의 시트는 큼지막해 안락하다. 한 가지 의외인 점은 대형 SUV 지만 시트 조정폭이 꽤 커 상당히 낮은 시트 포지션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모리 시트와 전동식 틸트&텔레스코픽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해 정확한 시트 포지션을 조절할 수 있다. 특히 메모리 시트 아래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현재 시트 포지션에서 내리기 편하게 시트가 이동하고, 사이드 미러가 최대한 바깥쪽으로 이동해 하차 시 후방 물체를 확인하기 편리했다.
2열은 미니밴에서 자주 보던 좌우가 분리된 캡틴 시트가 적용돼 1열 만큼 편안하게 탑승이 가능하고 3열까지 이동이 자유롭다. 2열의 시트 역시 슬라이딩 폭이 커 널찍한 레그룸을 확보할 수 있다. 쉐보레는 3열도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문제가 없도록 850mm의 레그룸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2열 만큼은 아니지만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여기에 후석에 탑승한 승객을 위한 전용 공조기와 개방감을 자랑하는 커다란 선루프도 호감을 사기 충분했다.
3열을 펼치고도 확보된 651리터의 적재공간은 시승 기간 내내 3열 시트를 접지 않아도 다양한 짐을 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는 소형 SUV의 적재공간보다 넓은 수치다. 게다가 적재공간 하단부에도 별도의 90.6리터 수납공간이 만들어져 활용도를 높였다. 기본적으로 적재 공간이 넓기에, 쉐보레는 트래버스 3열에 전동식 폴딩 기능도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트래버스의 체급부터 전동식 폴딩 기능이 적용된 차량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마치 미니밴,
상당히 안정적인 승차감
이전과 달리 다양하면서도 긴 구간을 시승하며 트래버스는 SUV가 아닌 미니밴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수입 미니밴과 같은 모습이다. 트래버스에 적용된 3.6리터 V6 가솔린 엔진은 314마력의 최고출력과 36.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해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전까지 많은 안티팬을 양성했던 쉐보레의 미션과 달리 트래버스에 적용된 9단 변속기는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허둥대는 모습 없이 묵묵히 맡은 일을 다 해냈다.
동력 효율도 꽤 준수한 편인데, 공기저항이 큰 차체를 갖고 있어 항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빨리 줄어들지 않으며 기존 속도를 잘 유지해 항속이 편안했다. 다양한 구간을 장거리에 걸쳐 시승하며 기록한 최고 연비는 11km/l로 예상외의 훌륭한 연비도 보여줬다.
승차감은 상당히 나긋나긋하다. 이는 현행 포드 익스플로러가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비교적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보이는 것과 대비되는 트래버스의 장점이며, 동시에 미니밴 같다고 느끼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미니밴은 패밀리카로 제격인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세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트래버스 역시 요철 구간에서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으로 인해 탑승자에게 충격을 전달하지 않기 위해 상당히 열심히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적용되면 고속구간과 코너에서 거동이 불편하기 마련이지만, 트래버스는 3,075mm의 긴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어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였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역시 단순하면서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동급 모델들이 다양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과 달리 트래버스는 전륜구동과 사륜구동 모드, 오프로드 모드, 트레일러 견인 모드를 지원한다. 운전자 스스로 전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으며, 사륜구동 모드에서는 차량 스스로 노면을 판단해 전후 구동력을 배분한다. 특히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전륜구동과 사륜구동 모드에서 가볍게 튀어나가는 것과 달리 묵직하게 튀어나가 안정적인 출발이 필요한 주차장과 막히는 길 같은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
언제 추가될까?
현재 국내에 출시된 트래버스는 하위 트림부터 후측방 경고, 사각지대 경고,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전방 충돌 경고, 저속 자동 긴급 제동, 보행자 감지 경고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사양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이를 두고 쉐보레는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트래버스는 미국 사양과 달리 한국전용 사양으로 구성된 차량이며, 저렴한 가격을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부족한 사양은 차후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혀 차후 첨단 운전자 보조 사양 강화를 약속했다.
트래버스는 당초 예상했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다. 쉐보레가 본격적인 가격 정책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국내에서 대형 SUV 시장은 치열하기 때문에 초반 흥행을 이어가야 차후 국내 수입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추가하기 수월해진다.
쉐보레는 최대한 가격을 낮추기 위한 고민을 했으며, 일부 사양을 포기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출시 초반인 현재 트래버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흥행 돌풍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차후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더욱 보강된 완벽한 트래버스가 국내에서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오토트리뷴(http://www.auto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