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브 온라인과 행복의 공식, CCP '힐마 페터슨' CEO
온라인 게임은 많다. 아마 당장 생각나는 온라인 게임만 손에 꼽아도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 게임들이 모두 다르다. 저마다의 장점이 있고, 테마가 다르며, 이색적인 경험을 게이머에게 선사한다. 비슷한 컨셉과 비슷한 시스템으로는 도태되기 마련이니 온라인 게임들도 저마다 생존의 길을 찾은 것일 테다.
하지만 트렌드는 있다. 더 쉬운 게임, 더 편한 게임. 수년간 온라인 게임 시장을 관통한 트렌드다. 많은 게이머가 찾아야만 살아남는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편의성의 강조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늘날 새로이 등장하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시키는대로만 잘 해도 중간은 가며 때로는 컴퓨터가 알아서 게임을 플레이해주는 경우도 있을 지경이다.
반면, 최초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골수 게이머들의 힘으로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게임도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아이슬란드의 개발사 CCP가 개발한 '이브 온라인'이다. 레벨이 없고, 내 캐릭터보다 각종 지표를 보는 시간이 더 길며, 뭔가를 만들거나 성장시키려면 며칠씩이나 시간이 걸린다. 서버는 전 세계가 하나의 서버를 사용하며, 공간적 배경인 맵은 수천개의 성계로 이루어진 광활한 우주다.
CCP는 서비스 초기부터 지금까지 트렌드보다는 자신들의 개발 철학을 고수해왔고, 이브 온라인은 지금도 수많은 게이머들을 유지한 채 성공적인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그 덕일까? CCP의 CEO인 '힐마 페터슨(Hilmar Veigar Pétursson)'은 2018년, 서울국제경제자문단인 'SIBAC'의 자문위원으로 선정되어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2019년. SIBAC 2019 총회를 맞이해 한국을 방문한 힐마 페터슨 CEO를 직접 만나 보았다.
화요일에 입국했다. 바로 전날까지 중국에 있다가 입국했다.
Q. 꽤 피곤한 일정인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한국에는 처음 온 것인가?
나는 이브 온라인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걸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피곤해도 상관없다.(웃음) 한국에는 2015년에 처음 왔었고, 작년에 한 번 더 왔었다. 올해로 세번째 방문이다.
Q. 작년에 '사이백(SIBAC)' 포럼에 자문 의원으로 선정되어 서울시 도시개발에 대해 자문했다. 사이백 활동은 어떤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포럼 자체도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미래를 바라보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장도 세계의 전문가들의 견해를 여러가지 관점에서 흥미롭게 해석한다. 또한, 나도 사이백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새로 배워가고 있다.
Q. 게임 개발자가 도시 개발 자문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게임 개발과 도시 개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방법론적 측면이 아닌, 다소 개념적인 면에서 많은 유사점이 있다. 도시와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공통점은 '사람이 모인다'는 것이다. 게임 내 세계를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과 도시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할까?
우리는 이브 온라인을 개발할 때 '행복의 공식'을 고려했다. 사람이 언제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공식인데, 이에는 세 가지가 있다. '누군가와 어울리고 사랑할 수 있는 것', '현재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 마지막으로 '앞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늘 게임을 업데이트할 때 이 점을 고려한다.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영역을 만들고,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며, 이들이 그렇게 함으로서 미래에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고자 한다.
실존하는 도시에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며, 그 도시에서의 삶이 개개인의 인생에 많은 선택지를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
97년도에 CCP를 만들어 게임 개발을 시작했을 때,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있었다. 세계적 인기를 누린 온라인 게임들과 SF 영화, 그리고 옛 텍스트 게임들에서 영감을 얻었고, 어떤 게임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비전이 있었다. 다만, 만드는 과정은 말대로 쉽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산업 규모가 작아 레퍼런스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이브 온라인의 기획 자체가 기존에는 없었던 다양한 실험적 시도가 더해진 작품이다. 특히 '하나의 큰 서버'를 만드는게 쉽지 않았다.
Q. 작년 9월, '펄어비스'와의 협업 기사를 보고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 이후 개발 방향이나 사내 기조 등의 변화는 없는가?
내적인 변화는 전혀 없었다. 펄어비스와 CCP의 협업은 지식 공유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개발 기조나 파이프라인 등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Q. 혹시 금년도 지스타에 부스를 꾸려 출전할 계획인가?
개인적으로는 지스타에 방문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부스를 꾸려서 출전할지는 아직 논의중인 사안이라 아직 말씀드릴 수가 없다.
Q. 과거 '더스트 514'이나 VR 게임 '이브 발키리', 그리고 FPS인 '프로젝트 아틀라스' 등 CCP는 이브 온라인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스핀오프 작품들을 시도해왔다. CCP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이브 온라인'의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말한 대로, 우리는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는 궁극적인 SF 게임 세계관을 만들고 싶다. 우리가 이브 온라인의 IP를 이용해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모두 이 '하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함이며, 쉽지 않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이와 같이 게임사가 자사의 대표 게임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큰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게임 시장에서 매우 일반적인 일이며, 많은 게임사가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이렇게 게임 세계관 확장을 꿈꾼 것은 우리가 최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