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지만 큰 수익이 되기도 하는…’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시사하는 것
많은 사람은 자신이 ‘변동성(volatility)’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변동성’이란 급박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암시한다. 또 보통은 부정적인 함의를 지닌다. 금융 시장만 해도 재산에 큰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투자는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융 시장에서 ‘변동성’은 종종 오해를 산다. 변동성을 구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계산도 정확하지 않게 쓰이는 경우가 많다.
변동성이 바람직한지도 판단하기가 어렵다. 투자자들은 돈을 버는 경우가 아니면 변동성을 싫어한다. 반대로 거래자들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너무 높지 않다면 변동성을 환영한다.
변동성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극소수다. 많은 사람은 그저 유동성이 낮아서 변동성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얼핏 생각하면 맞는 말이다. 거래량이 적으면 대량 주문을 통해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라는 것을 증명한 실증 연구들이 있다. 높은 변동성이 낮은 유동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투자 전문회사들은 스프레드가 커지면 변동성이 높은 자산을 보유하는 위험에 대한 보상을 찾기 때문이다.
(*이 오해는 유동성이 낮으면 거래량도 적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다. 유동성이 낮아도 거래량은 많을 수 있다.)
이 사실이 암호화폐 부문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비트코인이 신뢰할 수 있는 저장수단이나 결제 토큰 및 포트폴리오의 헤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 근거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들곤 한다. 많은 이들이 시장이 성숙하면 변동성이 낮아질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다. 그런 오해 때문에 부정확한 암호화폐 자산 평가 방식이나 포트폴리오, 파생 전략을 사용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오해가 어디서 비롯됐고, 어디가 잘못됐는지 살펴보고 비트코인의 고유한 성질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면 시장의 펀더멘털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변화하는 불확실성
우선 시장의 변동성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학술 서적을 보면 다양한 변동성이 소개돼 있는데, 각각 분명한 공식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점프 확산 모델은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된다. ‘점프 변동성’은 급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러나 ‘확산 변동성’은 자산의 일반적인 거래 패턴의 일부로 나타난다. 유동성이 커지면서 가격 변동이 줄어든다면 ‘점프 변동성’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확산 변동성’이 조금 더 본질적인 개념이다.
변동성을 가늠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준편차 계산은 큰 편차의 제곱을 사용해서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구하는 계산법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종종 ‘점프 변동성’의 결과인 이상값의 영향을 과장한다.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영향은 줄어들고, 지나치게 아래를 향하는 변동성 그래프가 생겨난다.
JP 코닝은 평균이 아니라 중간값으로부터의 편차를 사용하는 계산 방식을 대안으로 제안한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이상값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아래 차트에서 볼 수 있듯, 이 방식을 따른 그래프는 지난 몇 년간 크게 내림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자.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사용된 방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근본적인 가치
비트코인은 오늘날 시장에서 거래되는 몇 안 되는 실물 자산이다. 실물 자산은 다른 자산과 가치가 연동되지 않는 자산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비트코인은 식별 가능한 수익원이 없는 실물 자산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초급 애널리스트도 현금 흐름에서 파생되거나 만기에 일정 수익을 돌려주는 자산의 실질적인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현금 흐름도 없고 만기도 없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나?
여러 이론이 제시되었고, 암호화폐의 새로운 펀더멘탈(Crypto’s New Fundamentals) 보고서에서 소개된 이론들도 있다. 이 이론들은 시장이 진화하면서 채택되거나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 비트코인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여론이다. 시장이 생각하는 가치가 곧 비트코인의 가치로 이어진다. 펀더멘털이 없을 때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케인스는 이를 두고 “평균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예측하는 대결”이라고 말했다.
금도 마찬가지다. 수입원이 없고 시장 가치가 여론으로 결정되는 실물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의 변동성은 왜 이렇게 낮은 걸까?
바로 ‘급진적인 불확실성’ 때문이다.
변화하는 내러티브
머빈 킹은 저서 “연금술의 종말(The End of Alchemy)”에서 급진적인 불확실성 아래에서는 시장 가격이 펀더멘털이 아닌 펀더멘털에 대한 내러티브로 인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기술이고, 따라서 비트코인의 최종 용도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모든 사람이 예측은 하지만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러티브는 언제든지 변한다.
반면 금은 새롭지도 않고 기술도 아니다. 또한, 수천 년간 존재해왔기 때문에 금에 관한 내러티브도 확실하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점은 여론이 가치를 많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과학자들이 금의 혁신적인 사용처를 발견해 수요와 가격이 모두 급등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의 내러티브는 확고히 정립되어 있고, 따라서 변동성은 낮다.
현재로서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내러티브다. 내러티브의 불확실성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더 중요한 역할
그러면 앞으로도 변동성 때문에 비트코인을 결제 토큰이나 가치 저장 수단 등으로 사용하기 어려울까? 이것은 비트코인의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치고, 또 가치 평가와 변동성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 활용 사례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트코인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본질적인 가치를 계량화하기 더 쉬워지면 변동성이 줄고 대안 자산의 역할은 더 단단히 굳어진다.
그러나 그때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은 여론에 휘둘릴 것이다. 여론은 변화할 수 있는 내러티브에 쉽게 영향을 받고 내러티브는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시장 여론에 영향을 받는다.
그때까지는 거래량과 관계없이 시장 변동은 계속될 것이다.
이를 두고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이런 속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여론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가 더 정교해지고 있다. 암호화폐 트위터는 산업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플랫폼이다. 내러티브의 영향과 자산 클래스에 관한 여론을 탐구하면서 새로운 조사와 분석의 장이 열릴 것이다.
많은 이들은 변동성을 불편하게 여긴다. 하지만 변동성은 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도구와 기술이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더 잘 처리하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의 진정한 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