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노트 발견"..우울증 설리, 사실은 도와달라 몸부림쳤던
[OSEN=박소영 기자]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
자신을 둘러싼 악플을 직접 읽으며 애써 쿨하게 웃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미소 이면에 여전히 상처와 아픔이 짙게 존재했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보였던 설리, 하지만 우울증은 끝내 그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14일 OSEN 취재 결과 설리는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 정확한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로 보인다. 경찰이 현장에서 고인의 심경이 담긴 노트를 발견한 걸로 보도됐다.
1994년 생인 설리는 2005년 드라마 ‘서동요’에서 선화공주 역 이보영의 아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뒤 SM엔터테인먼트에서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로 데뷔했다. 6년간 에프엑스의 간판 멤버로 국내외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튀는 행동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015년 팀에서 탈퇴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펼쳤는데 그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나뉘었다. 특히 SNS와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마이웨이를 걷는 점이 악플러들의 먹잇감이 됐다.
그러나 설리는 정면으로 맞섰다. 지난 6월 21일 첫 방송된 JTBC2 ‘악플의 밤’은 스타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올바른 댓글 매너 및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설리가 당차게 MC로 나선 것.
첫 방송에서부터 설리는 ‘동공논란’, ‘노브라’, ‘고소’, ‘관종’ 등 자신의 악플 키워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절대 범법행위는 하지 않는다. 법 안에서는 자유롭게 산다”면서도 노브라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고 “틀을 깨고 싶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 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면도 있었다”라며 쿨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사람도 있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절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재밌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악플들을 보면 신박한 아이디어가 많은데 그 에너지를 악플에 쓰는 건 아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설리는 자신을 둘러싼 시선에 대해 당당하게 맞서면서도 숨겨둔 아픔을 토로했다. 지난 4일 방송에선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해야 할 때가 많다”며 “(겉과 속이 달라)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며 주변에 조언을 많이 구했다”고 밝힐 정도.
그럼에도 끝내 어둠이 밝음을 눌러 이기고 말았다. 그의 나이 25살. 너무나도 아까운 예쁜 꽃이 미처 활짝 피지도 못하고 졌다. 설리는 악플러들에게 맞서 씩씩하게 마이웨이를 걷고자 했으나 끝내 우울증에 잠식됐다.
취중 방송을 해서라도 팬들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자신을 둘러싼 루머를 방송에까지 나와 적극 해명하며, 남들이 보기엔 튀지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행동했던 그 모든 것들. 그로서는 도와 달라고 몸부림쳤던 셈인데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너무 쉽게 오해한 건 아닐까?
이제 상처를 오롯이 어루만져 줄 이들이 많아졌는데 그는 세상에 없다. 아픔 없는 그곳에서 마음껏 웃길 팬들은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