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떴다, 독도가 속속들이 보였다
드론이 떴다, 독도가 속속들이 보였다
문화재청 시범 비행 / 천연의 생물상… 336호 천연기념물 / 희귀 동·식물 데이터 수집 용이해 / 전국 ‘자연유산 파수꾼’으로 활용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23일 오전 8시30분 울릉도 사동항을 출발한 울릉군의 행정선은 50분 정도 지나 항구로 뱃머리를 돌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들과 취재진 50명 가까이를 태운 177t 규모의 행정선으로는 갈수록 강해지는 너울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연구소는 회항 결정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동항에서 쾌속선으로 갈아타고 입도를 다시 시도하겠다고 공지했다. 바다 상황이 유동적이긴 했으나 행정선보다 훨씬 큰 500t 쾌속선이라면 괜찮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11시50분 사동항을 출발하고 1시간반 정도 지났을 때 한 승객의 외침이 쉽지 않은 뱃길에 지친 사람들을 깨웠다.
“독도가 보인다.”
한국인에게 독도는 이런 곳이다. 육지에서 울릉도까지 3시간여, 다시 울릉도에서 1시간30분 이상을 때로는 험한 뱃길을 뚫고 가야 밟을 수 있는 땅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무엇이 끓어오르는 동쪽의 끝 우리 영토. 연구소는 이날 독도를 제대로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파수꾼을 선보였다. 라이다(LiDAR·레이저를 이용해 대상물의 형상 등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장비)를 장착한 드론이었다. 자연유산 보호를 위한 첫 라이다 촬영의 대상을 독도로 고른 것은 마침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지난 23일 독도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들이 라이다를 장착한 드론을 띄워 보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
일본의 침탈시도로 지켜야 할 우리 영토란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독도는 “철새 이동경로의 길목이자 바다제비, 슴새 등의 대집단 번식지이며 천연의 생물상을 유지하고” 있는 천혜의 섬이어서 336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형태 유지, 서식하는 동식물의 파악 등은 독도 보존·관리의 핵심이다.
산림·농업방재, 철길·태양광 등 각종 시설 점검, 건설현장 공정관리, 지적 및 항공 실측 등과 마찬가지로 문화재 보존관리에 드론이 투입된 지는 꽤 시간이 지났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대한 정밀조사가 가능하고, 넓은 지역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감동적인 사진 및 영상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뚜렷하다. 문화재를 사방에서 보여주는 입체영상은 드론이 없으면 얻기 힘든 것이다.
이런 일반적인 장점에 더해 라이다 장착 드론은 대상물을 360도 스캔하며 훨씬 세밀한 지형·생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과학적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대부분 위에서 바라본 각도의 지도 자료 정도만 확보할 수 있는 기존의 드론 촬영에 비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진 지점이다. 또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지형을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날은 바람이 강해 취재진 앞에서 드론을 날려 촬영하는 것까지는 보여주지 못했으나 연구소 직원들이 전날 작업한 영상자료는 독도의 전체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연구소는 “라이다가 근적외선 광선으로 스캐닝한 자료는 오차율이 15㎜에 불과하고 한 번에 촬영범위가 250m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아리랑위성이 촬영한 독도 ‘독도의 날’을 하루 앞둔 2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공개한 지구관측위성 아리랑위성 3A호가 촬영한 독도 위성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무엇보다 라이다 장착 드론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것은 많은 시간, 인력, 재원을 들이지 않고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해 시간에 따른 독도의 변화상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소 이원호 학예연구사는 “올해 촬영한 독도의 라이다 지형데이터를 내년에 같은 지역을 조사한 후 얻은 데이터와 겹쳐 놓으면 1년 사이에 달라진 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보존·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라이다 장착 드론의 이런 장점은 모든 문화재에 적용이 가능하다. 가령 폐허로만 남아 울창한 숲으로 가려져 있는 비무장지대(DMZ) 내 유적을 확인하고 보존하기 위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연구소는 “이번 독도 라이다 촬영을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천연보호구역 11곳, 명승 113곳을 대상으로 촬영을 계획하고 있다”며 “작업 성과가 축적되면 라이다 촬영 매뉴얼을 만들어 관리주체인 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울릉도·독도=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