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장' 밖 새 삶 꿈꾸는 강아지들. 동물구조119 구출작전
'뜬 장' 밖 새 삶 꿈꾸는 강아지들. 동물구조119 구출작전
영업 포기한 곳서 62마리 구조
치료 받으며 새 입양자 기다려
지난 3일 경기 남양주 한 개 번식장의 개들 모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3일 경기 남양주 한 번식장의 개들 모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3일 경기 남양주 한 번식장의 개들 모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낯선 사람들이 들어서자 뜬장 위에 갇혀 있던 강아지들은 좁은 우리 안에서 이리저리 뛰며 짖어댔다. 배설물이 쌓여 땅처럼 굳은 바닥 위를 뛰어다니며 꼬리를 치는 강아지들도 있었다. 한참 어미젖을 빨아야 할 강아지들은 모두 모견과 분리된 상태였고, 모견들은 우리 구석에 앉아 불안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지난 3일 동물구조119 활동가들과 함께 찾은 경기 남양주의 한 개 번식장은 ‘강아지공장’이란 악명조차 사치스러울 만큼 열악한 상태였다. 이 번식장 대부분의 우리는 일명 뜬장으로 불리는, 바닥이 뚫린 형태였다. 뜬장은 배설물이 밑으로 떨어지는 구조로 인해 청소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서 있거나 앉아 있기도 힘든 구조다.
지난 3일 경기 남양주 한 번식장에서 동물구조119 임영기 대표가 개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새끼들과 분리된 모견들은 평생을 뜬장에 살며 반복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거듭한 탓에 대부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이번 구조작업을 이끈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모견들은 다리 골절, 탈골, 자궁축농증 등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경우가 많다”며 “동물복지는커녕 기본적인 위생관리도 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물생산업으로 분류되는 번식장은 국내에서 매년 10만마리 이상 유기견이 양산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번식장에서 마치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된 강아지들은 저가에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유통되고, 시민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생산·판매 구조 자체가 동물을 생명이 아닌 상품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이 번식장에서 구조작업이 진행된 것은 번식장 주인이 법규 강화에 따라 영업을 포기하면서 동물보호단체에 개들을 모두 데려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관리인력 1명당 사육 가능한 수가 100마리에서 75마리로 줄어들었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받는다. 2016년부터 널리 알려진 강아지 번식장의 비참한 상황으로 인해 201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생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됐고, 관리인력 기준도 강화됐다.
지난 3일 경기 남양주 한 번식장에서 동물구조119 임영기 대표가 개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임 대표는 “올해 동물구조119는 영업을 포기한 번식장 두 곳에서 개들을 구조했고, 다른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구조작업을 실시한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경기 남양주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뒤 입양된 개의 모습. 동물구조119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3일 경기 남양주 한 번식장에서 구조된 뒤 치료를 받으며 입양자를 기다리는 개의 모습. 동물구조119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규제 강화 덕분에 동물학대 수준의 사육환경에서 살던 개들 중 일부가 새 삶을 찾게 됐다. 전국에 1000여곳 이상으로 추정되는 번식장이 일시에 사라지거나 환경이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일부만이라도 영업을 중단토록 만드는 효과는 거두고 있다. 임 대표는 “이번에 구조된 62마리 중 14마리가 이미 개인 입양자와 유명 연예인 등에게 입양됐고, 나머지는 치료받으면서 동물보호단체와 쉼터, 보호소 등에서 새 입양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출처 : http://news.zum.com/articles/55832176?cm=news_home_recommend&r=1&thum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