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때문' vs '한남 때문'…? 설리 죽음에 등장한 '젠더 혐오' 논란
- • `젠더 혐오`까지 번진 설리의 죽음
- • 자유분방했던 생전 설리 모습 두고 `끝까지 논쟁`…
고 설리 인스타그램
대한민국이 설리의 죽음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설리의 비보는 '젠더 혐오'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1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고 설리(최진리·25)에 대해 "설리님은 '여성혐오'에 맞서 함께 싸워왔던 젊은 여성들의 동지였다"며 설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외신들은 설리에게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설리를 '페미니스트 파이터(a feminist fighter)라 지칭하며 "브래지어를 벗은 설리 모습은 여성들이 마음대로 옷을 입을 수 있는 자유와 팝 아이돌 롤모델로서의 얌전함에 대해 국내 논쟁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미국 AP통신은 "설리는 매우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적 목소리를 내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것으로 유명한 몇 안 되는 여성 엔터테이너였다"고 평가했다.
설리는 네이버 V라이브 '진리상점'을 통해 "사람들이 왜 저만 유독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모르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불과 몇 달 전 셀카에는 "여자는 여자가 돕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으며 페미니스트들의 강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 광고, 예능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설리는 JTBC '악플의 밤'에서 최초로 MC를 맡았다. 그는 '악플의 밤'을 통해 "내게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며 "오늘도 그 액세서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오후 설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설리는 평소 '악플'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설리 관련 기사에는 그를 향한 애도의 물결이 쏟아졌다.
그런데 뜻밖의 댓글들도 난무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젠더 혐오'를 바탕으로 '페미니스트'들이 설리를 죽였다, '한남'들이 설리를 죽였다며 서로를 탓하고 있었다.
이들은 '성적 농담'을 일삼고, '설리 3초 사진' 등을 검색하며 욕했던 남자들이 원인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설리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악플을 남겨 이렇게 된 거다 등의 이유를 들며 서로를 헐뜯었다.
이하 네이버 캡처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은 "아직도 남녀 성별 가르면서 싸우고 싶냐. 적당히 해라"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악플'을 남긴 사람은 분명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설리의 죽음을 그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애도하면 안 되겠냐는 반응이다.
16일 한겨레는 "'설리가 우리다' 2030 여성들의 공감과 분노"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에서 개인 사업자 유모씨는 설리의 비보를 접한 뒤 "설리의 죽음이 정말 연예인의 죽음이냐. 설리는 사회적 타살의 피해자다"라며 SNS에 긴 글을 올렸다. 직장인 전모씨도 "설리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회에서는 온전히 여자로서 ‘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개탄스러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겨우 두 가지 사례를 일반화하며 '2030 여성들의 공감과 분노'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는 지적과 함께 비난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