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에 전면 통제권 행사"...국가보안법 재추진 등 개입 강화할 듯
홍콩의 반정부 시위대가 31일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중앙(CC)TV 등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1일 전날 폐막한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춘야오(沈春耀) 전국인민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공작위원회 주임은 이 자리에서 “홍콩 문제는 당연히 4중전회에서 토론한 중요한 내용이었다”면서 “우리는 중앙이 헌법과 기본법에 따라 특별행정구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제도를 완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전날 4중 전회를 마친 후 발표한 공보에서도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전 수호를 위한 법률 제도와 집행 시스템을 건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홍콩 전문가 류자오자(劉兆佳)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홍콩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입법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이 홍콩 정부에 국가보안법 재추진을 압박하거나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직접 입법권을 발동해 중국의 관련법을 홍콩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콩의 중국 전문가 조니 라우는 “일국양제와 관련된 중국의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에서 중국이 홍콩에 대해 전례없이 폭넓은 통제를 행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콩과 함께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에서는 2009년 국가보안법이 제정됐다. 반면 홍콩 정부는 2003년 기본법 23조에 의거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홍콩 시민 50만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해 철회한 바 있다. 중국의 압력 속에서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 도입을 재추진할 경우 홍콩 시위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더욱 격렬해질 공산이 크다.
중국은 이날 일국양제 수호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선 주임은 기자회견에서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에 대한 어떤 도전 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외부세력의 홍콩·마카오에 대한 간섭도 단호히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창 전 칭화대 교수는 홍콩의 한 방송에 “시진핑 주석이 일국양제 대신 국가 안전을 강조했다”면서 “이는 베이징이 홍콩 통제에 정법위를 주도적으로 참여시킨 최근 상황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법위는 중국의 공안·검찰·법원·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구로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직속으로 재편됐다.
중국 정부는 이외에 홍콩과 마카오의 공직자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국가의식과 애국정신을 높이기 위한 헌법과 기본법, 중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