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간암으로 막내 잃었는데 첫째까지…" 고개 떨군 부기장 이모부
‘독도 헬기’ 실종자 가족들의 눈물
부기장 이모부 "3년 전 간암으로 막내 잃고 첫째까지…"
기장 처남 "헬기 조종 자부심 있던 매형, 마음도 따뜻했다"
구급대원 외삼촌 "1년 전 합격…기뻐하던 모습 눈에 선해"
"3년 전 간암으로 막내를 하늘로 보내고, 인자 좀 추스르나 했더니 첫째까지…"
1일 경북 포항남부소방서에서 만난 ‘독도 헬기’ 사고 부기장 이모(39)씨의 이모부 김영진(68)씨는 기자와 만나 힘겹게 입을 뗐다. 낮게 떨리는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김씨는 "우리 아들래미랑 한 살 차이라서, 어릴 때 아들처럼 봐왔는데…"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31일 오후 5시쯤 소방 관계자들이 포항남부소방서 2층에 마련된 가족 대기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소연 기자
충남 천안에 사는 김씨는 이날 새벽 조카가 바다에 빠졌다는 황망한 소식을 듣고 곧장 포항으로 내려왔다. 김씨는 "조카 삼남매 중 장가도 안 간 막내 조카를 3년 전 간암으로 떠나보내고, 인자 좀 추스르고 잊을만했는데 장남까지 잃게 생겼다"며 "처제가 어떻게 버틸지… 자식 두 명을 잃게 생긴 부모에게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부기장 이씨는 비행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에 입대했다. 소령으로 전역한 뒤엔 강원도 원주에서 닥터헬기 조종사로 활동했고, 3년여 전 중앙119구조본부로 소속을 옮겼다. 김씨는 "바다에 빠졌을 때 그 순간에 살아서 나오지 않으면 힘들지 않겠느냐"며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려야 할지…"라며 고개를 떨궜다.
기장 김모(41)씨의 처남 이모(38)씨도 이날 오전 헬기 추락 소식을 듣고 급하게 천안에서 포항으로 향했다. 이씨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고, 목소리는 떨렸다. 이씨는 "매형이 가끔 출장 와서는 아파트 욕실에 물이 새는 걸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등 무척이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어 "매형은 헬기를 조종하는 데 자부심이 있었고, 공부도 잘해 장학금을 받으며 항공대 다녔다"며 "누나와 애들이 정말 걱정이다. 특히 매형을 아들처럼 생각해온 어머니가 충격으로 앉아있기도 힘들어하신다"고 했다. 이씨에 따르면 기장 김씨는 공군과 산림청을 거쳐 중앙119구조본부로 합류했다. 부모와 처가 식구들에게 자상했던 자식이자, 사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와 아이는 교육 문제로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김씨는 대구에서 혼자 살며, 가끔 천안에 있는 처가에 들러 하룻밤을 묵곤 했다고 한다.
1일 독도 인근 바다에서 해경 고속 단정이 추락한 헬기를 수색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A씨는 "가용 인력과 장비 등 모든 걸 투입해야 한다"며 "지금 구급대원이, 내 가족이 자신의 가족도 신경 안 쓰고 사람을 구하려다가 (바다에) 떨어졌다. 누가 책임지느냐"고 울부짖었다. "조카가 중앙119구조단에서 일하게 됐다며 무척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도 했다.
이날 남부소방서에는 이른 아침부터 실종자 가족 20여명이 찾아와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오전 9시 50분 출발한 울릉도행 여객선을 타고 응급의료본부가 있는 울릉도로 떠났다. 나머지 실종자 가족들은 가족 대기실에 머무르며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포항=고성민 기자 kurtgo@chosunbiz.com] [포항=이소연 기자 lightkit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