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분석한 대한민국 물가의 특징
1. 우리나라 물가 수준의 특징
(1) 전체 물가수준은 소득수준 감안시 주요국 평균
우리나라의 전체 물가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평균 정도이다.
(2) 품목별로는 가격이 현저히 높거나 낮은 품목이 많은 편
품목별로 주요국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여타 국가에 비해 가격수준이 현저히 높거나 낮은 품목이 많은 편이다.
품목별 가격을 OECD국가 평균(100)을 기준으로 지수화(품목별 상대가격)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OECD평균보다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크게 낮은 편으로
품목별 가격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폭넓게 퍼져있다
소득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식료품·의류가격은
OECD평균 대비 크게 높고(1.5배 이상),
전기·도시가스요금, 대중교통요금은 상당폭 낮다
한편 우리나라의 주택임대료(서울지역 월세), 소득대비 집값 비율(PIR) 등 주거비용도 주요국 대비 상당폭 높은 상황이다.
세부품목별로 보면 식료품가격은 사과, 쇠고 기, 감자 등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OECD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며,
상품 내에서는 옷, 구두 등의 가격이 높고 화장지, 담배 등의 가격은 낮다.
서비스의 경우 골프장이용료, 가사도우미료 등이 높고
인터넷요금, 전기·수도료 등은낮은 편이다.
(3)특정 품목에서 주요국과의 가격격차는 과거보다 확대
이처럼식료품·의류가격은 주요국에 비해 상당폭 높은 반면 공공서비스 가격은 낮은데,
이러한 가격격차가 과거에 비해 더 확대되었다.
국내 품목별 가격수준을 OECD평균과 비교하면 식료품·의류가격 수준은
1990년대 이후 더 상승하였으며
공공요금은 오히려 하락하였다.
2. 특정 품목의 주요국 대비 가격격차가 지속되는 이유
1)주요국에 비해 높은 가격의 경우
(1) 농산물가격
(a) 낮은 생산성:
우리나라는 인구당 경작지면적(0.3헥타르/명)이 매우 작고 영농규모도 영세하여, 노동생산성이 OECD국가중 하위권(27위)에 속한다.
더욱이 농가 고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상기후에 따라 작황이 부진하고 재배지가 축소되면서 2010년대 이후 과일‧채소생산량이 다소 줄어들었다.
(b) 낮은 개방도:
미국 등 주요 농업수출국과의 지리적 원거리 등으로 유통기간이 짧은 신선식품의 수입이 어려운 데다 운송비용도 높아 수입을 통한 과일·채소 공급비중이 미국, 유로지역 등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c) 유통비용 상승:
농가판매가격의 누적 상승률이 소비자가격에 비해 낮은 데다 그 격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세한 생산농가에 비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큰 상황
(2) 의류가격
(a) 고비용 유통구조:
의류판매 비중이 큰 백화점의 판매 수수료율이 여타 상품군 및 유통 채널에 비해 높으며,
판매방식도 중간유통을 줄일 수 있는 직매입(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 비중이 3%대로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백화점 직매입 비중(중소기업연구원, 2016):
미국 80~90% 영국 62% 프랑스 60~70% 일본 5~10% 한국 3%(공정위, 2023년)
또한 의류산업의 높은 재고수준이 비용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소비자가격에 상당폭 전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고비용 유통구조 등으로 의류품목 소비자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수입가격이나 생산자물가에 비해 상당폭 높은 상황이다.
(b) 가격차별:
의류에 대한 가격탄력성이 낮은 국내시장에서 일부 해외 의류업체가 가격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글로벌 브랜드의 동일 상품 가격이 한국에서 더 높은 사례가 빈번하다.
2)주요국에 비해 낮은 가격의 경우
(1)공공요금
공공요금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도시가스요금은 생산비용 대비로도 낮은 편인데,
여기에는 가계 부담 등을 감안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3. 시사점 및 구조개선 방향
우리나라는 의식주 비용이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특히 저소득가구‧고령층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면 공공요금은 낮게 유지되면서 이러한 가계부담을 경감시켜 왔으며,
근래에는 러·우전쟁 등에 따른 에너지 충격을 완충시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생산비용 대비 낮은 공공요금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공공서비스 질 저하, 에너지 과다소비 및 역진성, 세대 간 불평등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향후 고령화로 재정여력은 줄어드는 반면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차질은 생활비 부담을 계속 증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생산성 제고, 공급채널 다양화 등과 같은 구조적 측면의 개선이 긴요하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으로 생산비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공서비스 공급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노력을 지속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