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대신 무릎 꿇고 호소합니다”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여명학교
- • 탈북 청소년 대안 학교 `여명학교`, 은평구 주민 반대에 신축 이전 중단
- • 은평구 주민 “은평뉴타운 내 새 학교도 아직…교육권 침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가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무릎 꿇어 줄 어머니마저 없는 탈북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해당 게시물은 탈북 청소년 대안 학교인 '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이 게재했다. 조 교감은 "여명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의 부모님 대신) 국민 여러분과 주민들께 무릎 꿇고 호소한다"라며 "여명학교가 통일의 상상 기지인 은평구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2004년 문을 연 여명학교는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탈북 청소년 학교다. 교사 16명이 17~25세 학생 89명에게 고교 교과 과목을 가르치고 수능 시험 준비를 돕는다. 2010년 학력 인정 대안 학교로 인가를 받아, 졸업 시 바로 고졸 학력을 인정받는다.
여명학교의 현 교사(校舍)의 임대 계약이 오는 2021년 2월 만료됨에 따라, 이들은 신축 이전을 추진했다. 현재 부지가 남산 자락에 있어 대중교통편이 불편하고 운동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여명학교는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 등과 협의해 터를 매입하는 행정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중학교 과정까지 신설해 학생 규모도 2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여명학교의 신 교사(校舍) 계획은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은평구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여명학교 전경
지난달 27일 학교 이전안을 설명하는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 상당수가 "주민 동의가 전혀 없었다"며 반대했다. 지난 3일에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은평뉴타운 내 주민 의견을 무시한 여명학교 신설·이전 추진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주민 동의나 알림 없이 학교 이전을 끼워 넣기식으로 추진 중"이라며 "공청회 자료에 '서울시 대안 학교'라고만 표기해 주민들은 이 학교가 '탈북자 여명학교'라는 것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은평뉴타운 내 새 학교도 짓지 않았는데 전혀 무관한 탈북자 여명학교가 들어온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라며 "우리 아이들은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며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여명학교의 청원은 앞서 올라온 은평뉴타운 주민들의 청원글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싶으나 실상 "학교 건물을 작더라도 예쁘고 따뜻하게 짓고, 어려운 이웃들을 솔선해 돕도록 하겠다"라며 이해를 바라고 있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반대한다면 여학생만 기숙시키고 규모도 줄이겠다"는 협의 방안도 내놓고 있다.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은 "은평구 주민들의 여명학교 설립 반대 의견을 님비(NIMBY)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에 많은 문제들이 놓여있다.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명학교의 신축 이전 절차는 주민들 반대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향방은 은평구에 달려 있다.
은평구는 통일로와 경의선 철길이 다닌다는 점을 부각해 '통일 상상 기지'를 표방하며 통일 관련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바 있다.
출처 : https://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487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