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같은 책상에 환기도 안 돼…콜센터 상담사 "출근이 두렵다"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먼저 터진 것뿐이지, 비슷한 사례가 나올 콜센터가 여기저기 있습니다.
오늘은 피했지만 내일은 내가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출근길이 무섭습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소재 콜센터를 중심으로 1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용산의 한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는 A씨가 보내온 편지를 오늘(13일) 공개했습니다.
A씨는 감염 예방에 취약한 콜센터의 근무환경을 먼저 언급했습니다.
그는 "한 사람당 90㎝ 정도의 좁은 책상을 닭장처럼 다닥다닥 좁게 붙여 놓고, 환기도 잘 안 된다"며 "건물에는 '저녁마다 소독한다'고 공지가 붙어 있지만 사실은 지난달에 딱 한 차례 소독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콜센터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자 갑자기 '마스크 쓰고 업무를 하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면서 "(사측이) 최저시급 받고 일하는 상담사들에게는 '금값'인 마스크 제공도 해주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이달 11일부터 이틀간 콜센터 상담사 1천56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A씨처럼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된 상담사들이 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상담사의 85.6%는 자신의 직장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특히 비좁은 업무공간이 감염 위험성을 높인다는 응답이 전체의 97.8%에 달했습니다.
반면 회사 차원에서의 예방 조치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 손 세정제가 비치되기는 했으나, 마스크를 지급받은 상담사는 전체의 43.1%, 키보드 소독용 알코올 솜을 받은 이는 14.5%에 불과했습니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한 상담사는 "키보드 소독용 솜과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며 지급받지 못했고, 사무실에 겨드랑이용 체온계 하나가 비치된 게 전부"라며 "회사에서 책임은 지지 않고 늘 상담사들의 주의만 요구한다"고 직장갑질119에 전했습니다.
근무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한 상담사는 전체의 34.5%였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중복응답)로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고객의 불만(클레임)을 받기 때문'(70.5%)이 가장 많았고, '답답하고 불편해서'(45.6%), '마스크가 없어서'(26%)가 뒤를 이었습니다.
많은 상담사들은 '사람이 밀집돼 있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하며 보호장비 지급도 필요하지만 근무환경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급한 조치(중복응답)로 재택근무 전환(42.9%), 상담공간 확대(32.6%)등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묻는 주관식 항목에는 격일 근무나 2교대 전환, 탄력근무 등을 통한 직원 간 접촉 자제를 기재한 이들도 많았습니다.
한편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원청회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의 47.9%로, 정부·지자체(31.9%)나 도급업체(12.3%)의 역할을 중시하는 답변보다 많았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상담사들의 요구를 모아 ▲ 상담사 안전거리 확보 ▲ 휴게시간·공간 및 휴가 사용 보장 ▲ 소독·마스크 지급 등 코로나19 관련 안전조치 ▲ 협의체 구성해 대응방안 논의 등을 원·하청사에 요구했습니다.
정부에는 콜센터 사업장의 근로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강제성을 부여하고 지원 수준을 상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696132&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