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동안 가방 속에 갇혀 있다가 숨진 9세 아이… 독한 검사들마저 울었다
-임은정 검사 "못되고 무심한 어른들 없는 하늘서 행복하렴"
-서지현 검사 "짧았던 생에서 아이가 겪은 세상은 어땠을까"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지난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못되고 무심한 어른들이 없는 하늘에서 행복하렴. 미안하다.”
9세 소년이 여행용 가방에 7시간 갇혀 있다가 숨지자 검사들마저 충격을 받았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행가방에 갇혀 죽어간 아이를 생각하며 오늘도 여전히 살아가는 못난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곱십으며 흰 국화를 제 담벼락에나마 올린다. 못되고 무심한 어른들이 없는 하늘에서 행복하렴. 미안하다”라는 글과 함께 흰 국화가 그림을 올렸다.
임 검사는 어린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고작 징역 5년이 선고됐던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다면서 "어린 아이의 목숨값이 겨우 징역 5년이구나 싶어 치가 떨리다가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못난 공판검사로 자책하다가 선고 날 공판검사석에 앉아 있던 내 마음은 지옥을 헤맸다. 세상이 돌아봐주지 않으면, 죽음조차도 가볍게 취급되기 마련이다. 너무 미안한 사건으로 제 가슴에 아직 박혀 있다. 법정에서 의붓아빠의 선고형에 귀기울였을 죽은 아이가 얼마나 울면서 하늘로 떠났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서지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는 이날 자기 페이스북에 초등학생 평균 체격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린 뒤 “가로 44㎝, 세로 60㎝, A4 3장 남짓. 아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던 공간의 크기. 초등 2학년 평균신장 125㎝ 몸무게 25㎏. 고개도 못 들었겠구나. 숨도 쉬기 어려웠겠구나. 발목은 접히고 무릎도 못 폈겠구나. 이미 감각이 없어진 팔은 힘겹게 마지막 숨을 고르던 아이를 꼭 안아줬을까. 생각하지 않으려 고개를 저어댈수록 자꾸만 더욱 더 선명히 그려지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짧았던 아이의 모진 생 속에서 아이가 겪었던 세상은 어떠했을까.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며 고통의 끝을 만났을까. 이 사회는 어쩌다 이렇게 아이들을 잃어가게 됐을까”라고 한탄했다.
한편 사망한 A군은 지난 1일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계모에게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졌다.
5일 오전 충남 천안 백석동에 위치한 아파트 상가건물에 여행용 가방에 갇혀 지난 3일 숨진 9살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사망한 아이는 지난 1일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계모에게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있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