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빵 아저씨, 이거 뇌물 아니에요"

"잉어빵 아저씨, 이거 뇌물 아니에요"

꼬마 손님이 수줍게 건넨 편지




〈사진=강종진 씨 제공〉
평소라면 발랄하게 "안녕하세요!"하고 들어왔을 꼬마 손님. 그런데 오늘은 이상합니다. 머뭇거리며 발을 배배 꼬더니 손에 쥐고 있던 편지를 건넵니다.

"이게 뭐야?"하고 물어보니 "저 간 다음 읽어보세요!"하고 다급히 나갑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서 과일과 잉어빵 장사를 하는 강종진 씨는 어제(26일)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고사리손으로 꾹꾹 눌러 담은 편지 한 장. 편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To. 과일가게 아저씨, From. 과일가게 단골 ○○○

아저씨, 저는 ○○이 누나이자 과일가게 단골이에요. 처음 왔을 때 아저씨가 호박과 사과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저는 매일 저녁 먹고 사과를 후식으로 먹거든요.

아저씨가 계속 무엇을 주니 계속 받기가 뭐해서 저도 뭐가 생길 때마다 드리는 건데, 아저씨가 뇌물로 생각할까 봐 걱정이에요.

아무것도 안 주셔도 되고 안 깎아주셔도 돼요. 저는 아저씨가 좋아요. 그래서 사실 학교에서 대각선으로 와서 신호등을 한 번 더 건넌답니다.

아저씨 슈크림 잉어빵 되게 맛있어요. 그래서 ○○이 2개, 저 2개 해서 1천 원어치 사잖아요. 여름에도 잉어빵 장사하시면 좋겠어요. 다음에 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의 잉어빵과 과일을 좋아하는 단골, ○○○ 올림





〈사진=강종진 씨 제공〉
편지의 주인공은 가게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꼬마 손님. 잉어 빵 장사를 하면서 부쩍 친해진 사이입니다.

강 씨는 JTBC에 "과일 장사를 하다 겨울이 되면서 잉어빵 장사를 같이하게 됐다"며 "학교를 마치고 나오면 배고파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딱 봐도 돈이 없는 게 보인다. 그때마다 잉어빵을 하나씩 줬다"고 말했습니다. 편지의 주인공과도 그렇게 인연이 된 겁니다.

꼬마 손님은 강 씨의 친절을 잊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나온 음료수나 젤리를 챙겨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전했습니다.

편지에 〈아저씨가 계속 무엇을 주니 계속 받기가 뭐해서 저도 뭐가 생길 때마다 드리는 건데, 아저씨가 뇌물로 생각할까 봐 걱정〉이라는 귀여운 고민을 담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어려운 시기, 비록 장사는 잘 안 됐지만 편지 한 장은 강 씨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강 씨는 가게에 붙여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본다고 합니다.

"기분 좋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정말 힘든 시기였는데 어제 하루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초등학교 인근에서 잉어빵을 팔다 보니 이제 제법 친해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등하굣길 들러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고, 학교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강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아이들에게 모아둔 우산을 빌려주기도 합니다. "나쁜 아저씨가 따라오면 아저씨한테 달려와"라고 당부하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게 강 씨의 바람입니다.


생략

http://m.news.nate.com/view/20210327n09650?sect=sisa&list=rank&cate=interest


훈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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