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너무 좋아했던 한 신하의 이야기

소설을 너무 좋아했던 한 신하의 이야기


 

 

 

김조순(金祖淳). 1765년에 태어났으며 본관은 안동이다.

세도정치로 유명한 그 안동 김씨 맞다.

 

김조순은 소설을 좋아하기로 유명했다.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오대검협전>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제목 보면 알겠지만 무협소설이다. 

 

암튼 김조순은 엄청난 소설광이었는데,

이 소설 때문에 한 번 뒤질 뻔했던 적이 있었다.

 

김조순이 스물셋이었던 시절이다.

 

 

 

 


(근무 중) 준내 심심하네
 

(후배) 글게 말임다
 
 


<평산냉연> ㄱ?
 
 

그게 머죠

 


 

연애소설임 꿀잼ㅇㅇ

(대충 두 쌍의 남녀가 썸 타다 결혼하는 내용)

 

 

 

 


걸리면 어카죠
 
 

아 안 걸림ㅋㅋ

 

 

예문관에서 후배인 이상황과 숙직 중이었던 김조순은

당·송 시대 의 각종 소설과 <평산냉연>등의 서적들을 보면서

밤 중에 무료함을 달래고자 녹봉루팡질을 하고 있었다.

하긴 밤에 굳이 예문관에 올 사람도 없었으니 웬만해선 안 걸리지

 

 

 

 

 

 

얘네들 상관이 "그 분"이 아니었다면 말이지

 
 
 
 


재밌냐?
 
 

 
 
 


 


새끼들ㅎㅎ 개빠졌네ㅋㅋㅋ
 
 
 


 
ㅈ됐다
 


ㅅㅂ...
 
 

 

 

밤 중에 슬쩍 예문관에 들렀던 정조가 이걸 봐버린 것이다.

 

정조는 평소 민관에 떠도는 소설을 싫어했다.

안 그래도 신하들이 공문서에 소설체 써서 짜증나는데

얘네들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감히 연애소설 따위를 읽고 있네?

개빡친 정조는 김조순과 이상황을 파직시키고

읽고 있었던 소설들을 전부 불태울 것을 명령했다.

 

 


 

 

난 이제 죽었다
 
 

다 태웠나? 그럼 이제
 
 

올 게 왔구나ㅅㅂ
 
 
 

반성문 써와

 

 

 

 

정조는 김조순을 곤장을 치거나 죽이지는 않았고 반성문을 써올 것을 명했다.

 

 
 

다 썼습니다
 
 
 


 

어디 보자

 

 

.

.

.

.

.

.

 

 


 
 

뭐지 이번엔 진짜 죽는건가) 예 전하
 
 


반성문 오지게 잘썼네?
 


ㅇㅅㅇ
 
 


 

딴 놈들은 변명하기 바쁘고 입 발린 소리만 하는데 넌 그런게 없네

 

 

이 함답을 보니 문체가 바르고 우아하고 뜻이 풍부해 무한한 함축미가 있다. 촛불을 밝혀 읽고 또 읽고 밤 깊은 줄도 모르게 무릎을 치곤 했다. 저 부들부들하다 못해 도리어 옹졸해진 남공철의 대답이나 경박하게 듣기 좋게만 꾸민 이상황의 말, 뻣뻣해 알기 어려운 심상규의 공초는 모두가 입술에 발린, 억지로 자기변명을 위한 소리들이지만, 이 사람만은 할 것은 한다, 못 할 것은 못 한다고 해 결코 스스로를 속이거나 나를 속이려 함이 없음을 알겠다. 이 판부는 파발마를 보내 그에게 알려 그로 하여금 마음 놓고 먼 길을 잘 다녀오게 하라.
[정조실록, 정조16년 11월 8일]

 

정조는 김조순의 문장을 아주 칭찬했고 따로 김조순을 불러 하대해줬다.

 

역시 사람은 필력이 좋아야 산다.

 

 

글을 잘쓰는 능력은 현대에서도 매우매우매우매우매우 중요하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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