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주인이 노비 '긔츅이'에게 보낸 한글 편지

노비주인이 노비 '긔츅이'에게 보낸 한글 편지

백천(白川)의 노비 기축이 (보거라)



다른 까닭이 없다! 



네 놈이 까닭 없이, 



내(상전인 송규렴을 말한다.) 집 논밭을 강제로 차지하고, 



넉 섬 도지(賭地)라는 것이 워낙 매우 적은 것인데, 



그것(도지)을 전혀 정직하게 하지 않아



네 놈이 나쁘기로는 천지간에 없는 놈이니 



한 번 큰 일이 날 것이다! 



작년에는 (네가) 도지(賭地) 두 섬을 까닭 없이 하지 않아서(바치지 않아서) 



(그 땅을) 배 씨 놈을 주었다. 



그런 [으긔즈긔한] 일이 없으니 



네가 불과 [벌리](벌이) 있으므로 나를 어찌 할까 하고



그리 흉악을 부리거니와 나중에는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 



올해 도지(賭地)와 작년에 거두어들이지 못한 것을 합하여 



여섯 섬을 가볍지 않게(꼭) 해야 할망정 



또 흉악을 부리다가는 나도 분한 마음이 쌓인 지가 오래여서 



큰일을 낼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



임신년(1692) 10월 7일 宋(노비 주인인 송규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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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노비에게 보낸 편지는 흔하지 않다. 



이 편지는 송규렴이 백천에 사는 외거 노비 기축이에게 보낸 편지인 듯하다. 



기축이가 상전인 송규렴의 논밭을 강제로 차지하고



그것을 다른 이에게 소작을 주면서 



소작을 붙인 도지값을 



상전에게 제대로 내지 않은 것이 발각된 것이다.



그래서 상전인 송규렴이 기축이에게 제대로 내지 않으면 



큰일을 낼 것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 편지는 ‘壬申(임신)’이라는 간기가 있고, 



수신자 표시가 ‘宋’으로 되어 있어서



이 편지가 송규렴이 1692년에 '기츅이'에게 보낸 것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긔츅이’는 기축년에 태어나서 이름이 기축이라고 붙여졌을 것이다.



주인땅을 몰래 가로채고 소작료를 빼돌린 노비 '기츅이'의 모습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오늘날로 따지면 내용증명서 보낸거랑 비슷함ㅋㅋㅋㅋ흥미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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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페인  
은근...과학적....
내용중명도 보내고
유우  
이름 좀 슬프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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