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마니아들 사이에서 에버랜드가 비판 받는 이유
글을 시작하기 앞서... 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조차도, 테마파크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는 '국내 테마파크? 에버랜드가 최고고 그 다음이 롯데월드 정도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근데 관련 커뮤나 칼럼들, 전문가들의 비판글들을 보면 에버랜드가 꽤나 까이고 있더라고? 이런거에 호기심이 많은 나는 당장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별거 없다 그냥 칼럼, 기사, 나무위키, 커뮤 글 정도임) 찾아보니 문제가 많긴 했다. 꽤나 타당한 비판이었다.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해 글을 작성해보았다.
====================
1. 테마파크로서의 '테마' 불분명 문제
사실 이건 국내 대부분의 테마파크들이 지닌 문제점이다. 애초에 대중들 사이에서도 '아니, 놀이공원이 놀이기구 재밌으면 됐지 뭔 테마?' '디즈니나 유니버설이랑 비교하는건 너무 잔혹한거 아님?'이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있다.
뭐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디즈니야 콘텐츠 ip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1등 대기업이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유니버설 뿐만 아니라 워너, 소니, 그리고 닌텐도까지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며 다양한 글로벌 ip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니... 그에 비해 국내의 콘텐츠 ip는 너무나도 부실해서 글로벌 테마파크와 경쟁하기엔 힘든게 사실이다.
테마파크는 특정한 '주제(테마)'를 토대로 가상의 세계와 같은 분위기를 내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고, 어뮤즈먼트 파크는 그냥 흔히 말하는 어트랙션 많은 놀이공원이다. 둘이 공존할 수도 있고, 아예 다를 수도 있다. 예시를 들어볼까?
세계 1등 테마파크, 월트 디즈니 월드의 매직킹덤
테마파크하면 떠올리는 업계 1, 2위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테마파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놀이공원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 온전히 테마파크로의 역할만 하는 곳은 어디일까?
대표적인게 한국민속촌이다. 민속촌에 놀이기구가 있나? 없다. 하지만 일정한 테마는? 있다.
그 외에도 동두천에 위치한 일본 테마의 니지모리 스튜디오, 가평군에 위치한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가 비슷한 결의 테마파크이다.
반면 미국의 식스플래그, 시더 포인트나 일본의 후지큐 하이랜드같은 경우 테마를 접목시킨 기구가 있긴 해도 테마파크보다는 그냥 어뮤즈먼트 파크에 가깝다. 전체적인 테마는 없다시피 하고, 대신 기함급 칭호를 달고 있는 스릴라이드들을 여럿 들여 나름의 컨셉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국내는 경주월드가 이런 케이스고 월미도에 존재하는 6개의 테마파크도 사실 테마파크보다는 그냥 어뮤즈먼트 파크에 가깝다. (이렇게 분류하긴 해도 방문객수 통계같은 지표에서는 테마파크와 어뮤즈먼트 파크를 구별하진 않긴 함)
그럼 에버랜드는 뭘까? 일단 본인들도 그렇고 대중들도 에버랜드=테마파크라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아예 테마가 없는건 아니고, 있긴 있다. 사실 에버랜드의 테마하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어도 이 멘트는 다들 들어봤을 것 같다.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로~"
그렇다. 에버랜드의 메인 테마는 환상의 나라다. 그리고 그것에 맞는 5가지의 테마구역도 조성되어 있다. 세계의 건축물을 모아놓은 '글로벌 페어', 미국 테마의 '아메리칸 어드벤처', 유럽 테마의 '유러피안 어드벤처', 마법 테마의 '매직랜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물이 주인 '주토피아'까지. 물론 유기성은 사실상 부족하나 과거의 에버랜드에는 테마란게 존재했고, 현재도 존재는 한다.
하지만 그 각기 놀던 테마들을 발전시켜도 모자랄 판에, 유지하지도 못하고 훼손만 하고 있다. 미국, 유럽 테마의 구역에 뜬금없는 하늘정원길을 설치한다던가, 우주 테마의 4D 어트랙션을 들여놓으며 테마 따위 무시한 채 가성비 위주의 경영만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SM 테마관 '광야'도 열고, SM과의 콜라보로 놀이기구 이름이 롤링엑스트레인->롤링딩동;;으로 바뀌는 해프닝도 있었다. 콜라보도 좋지만 너무 심한 행보 때문에 테마가 아예 무너지는 상황.
비판의 대상이 된 뜬금없는 샤이니 테마들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를 들여온 것도 문제다. 사실 프랜차이즈는 뭐가 문제인가 싶을 수는 있다. 해외만 봐도 자체적인 서비스로만 해결하기 힘들어서 해외 테마파크도 프랜차이즈를 들여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테밍(테마를 입히는 것)을 거쳐서 들여온다. 대뜸 글로벌페어라는 테마구역에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과 쇼핑몰이 줄 서있을 이유는 없다는거.
적어도 '테마파크' 타이틀을 지니고 있으면 테마파크 시늉이라도 해야지... 라이벌격인 롯데월드만 보더라도... 이쪽도 테마가 무너진 편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키려는 노력은 하는 편이다. 부산에 개장한 부산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개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테마가 확실히 유지되고 있고.
2. 부족한 어트랙션 개수 및 퀄리티
사실 테마 문제까지는 에이 그래도 놀이공원이든 테마파크든 뭔 상관이야? 싶을 수 있다. 그래서 더 확실한 문제점을 거론해보려 한다. 바로 어트랙션 문제.
사실 가장 에버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국내에서 압도적으로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트랙션 개수가 너무 적다.
에버랜드의 어트랙션 개수는 29개이다. 많은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라이벌격인 롯데월드는 51개다. 부지 면적은 11배가 차이난다. 연면적으로 비교해도 2배는 훌쩍 넘길 정도로 압도적인 부지 크기를 지니고 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 망해간다는 서울랜드의 어트랙션 개수가 38개다. 이젠 심각성이 와닿을 것이다. 크기는 5배가 넘는데 어트랙션 개수는 딸린다.
개수도 부족한데 그 중에 스릴라이드는 고작 7개 뿐이며, 나머지는 죄다 어린이용 어트랙션이다. 7개의 스릴라이드도 딱히 대단한 편은 아니라, T 익스프레스를 제외하면 마니아들이나 대중들이나 딱히 찾는 기종은 없다.
수가 적고, 임팩트가 약하다는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건 새로운 어트랙션 마지막 대규모 시설 설치가 2015년 썬더폴스(플룸라이드)라는건데... 어트랙션 운영 중단은 쉽게 쉽게 결정하면서 말만 번지르르한 리뉴얼 계획을 알린 후 방치하다가 결국 정원을 까는 식으로 일을 처리 중이다.
현재 부지 중 90% 이상이 이동 공간 혹은 정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에버랜드의 공간 활용력이 최악 수준임을 알 수 있는 대목. 물론 부지에 산이 겹쳐있어 부지 전체를 활용하긴 힘들겠지만 어트랙션간의 거리도 너무 넓고 퍼레이드 퀄리티는 하락했으면서 광장이나 정원으로만 부지를 꽉꽉 채워놓는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테마도 없는 테마파크에 어트랙션도 T 익스프레스 빼면 특색 없이 운영 중이고 개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3. 에버랜드 X, 바오 패밀리 랜드 O
마지막으로 바오 패밀리 문제. 2016년 판다월드를 개장한 이후, 에버랜드는 바오 패밀리에 치우친 마케팅과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바오 패밀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현재 에버랜드가 국내 테마파크 방문객 1위를 차지하고, 영업이익 661억과 함께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바오 패밀리, 그 중에서도 푸바오의 공이 컸다. 수익성도 높고, 안정성도 높으니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명색이 테마파크인데 8년 넘게 대규모 시설 설치는 안 하고 판다 마케팅으로 영업이익만 땡기겠다는 마인드는 좀 아쉽다.
사실 나도 바오 가족 마케팅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오 가족 마케팅'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거다. 어트랙션 투자 없이 판다월드에만 투자하고 마스코트는 내다버린 채 바오 패밀리로 에버랜드를 꽉 채우는 행보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나도 달달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는 에버랜드를 점점 노후화 되고, 테마도 부족한 넓~은 유원지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대기업 주체의 테마파크인데 야망은 온데간데 없고 수익성만 챙기는건... 콘텐츠 ip가 없으면 협업을 하든지, 아니면 경주월드처럼 어트랙션 위주의 컨셉을 가지고 밀어붙이든지, 테마와 어트랙션 둘 중 하나는 챙겨야 하는데 둘 다 나몰라라하고 바오 패밀리만 챙기고 있으니 참 아쉽다...
====================